한인회관 건물 앞. 원로 한인단체장 등 수십명이 몰려든다. ‘하기환은 사죄하라’ ‘회장당선 공고는 무효다’ 등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들어간다. 한인회 사람이 나온다. 제지하다 몸싸움이 벌어진다. 한인회관 건물 안. 세리모니가 열린다. 제26대 LA 한인회 회장 당선증서식이다. 그리고 얼마 후 엉뚱한 해프닝이 벌어진다. 일부 단체장끼리 욕설과 주먹다짐이 벌어진 것이다.
17일 오전 한인회관 안팎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기 흉하다. 한인회 선거가 가져온 후유증이다. 이로 인해 타운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선증서를 받은 하기환씨는 눈물을 흘렸다. 뭔가 감정이 복받친 모양이다.
전 한인회 회장·이사장 등의 모임인 한우회가 이번 선거과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절차상, 도의상 정당성이 결여돼 한인사회에 불신풍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선배들이 나선 것이다. 다른 단체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그리고 LA 한인정의구현추진회가 결성돼 하 회장 당선 무효 결의를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 한인회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청회까지 열겠다고 선포했다.
한인회는 봉사단체다. 한인회가 타운을 대표한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가장 앞장서서 섬기는 단체라는 명분 때문이다. 이런 한인회를 끌고 나가는 한인회장 선거는 축제 분위기 속에 치러져야 한다. 눈에 핏발이 서 욕설이 오갈 때 한인회 선거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하물며 축하를 해주어야 할 선배 한인회장들이, 타운의 원로들이, 또 적지 않은 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한인회의 공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통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인회와 선관위는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소리다. ‘현 선거규정에 따라 후보자격을 심사했으니 하 회장 무투표 당선 결정에는 아무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 규정이라는 게 그렇다. 현 한인회 이사회가 만든 규정이다. 다수의 한인이 수긍하는 규정도 아니다. 그런 규정만 가지고 뻗대는 한인회가 과연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한인회와 선관위는 보다 겸허한 자세에서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다수 한인들이 납득할 만한 수습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결자해지의 자세다. 그리고 차제에 또 한가지 제시할 게 있다. 한인회 선거에서 담합에 따른 무투표 당선 결과를 가져올 소지를 아예 없애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인회는 전체 한인의 것이지 일부 사람의 한인회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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