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애정도 열정도 없다. 이젠 팀이 이기든 지든 관심 없다."
"월드시리즈에서 홈런 맞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사라졌다."
"내가 하기 싫은 일(마무리)을 이 정도까지 했으면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기기용 문제로 감독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한국 스포츠지 특파원들에게 한 말들이다. 그도 사람인 이상 자신을 ‘푸대접’한 감독에 불만을 갖는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런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자기 팀 승패에 관심이 없다면 그는 이미 그 팀의 선수라고 할 수 없다. 하기 싫은 일을 이만큼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또 무슨 소린가. 마무리가 팀에서 얼마나 중요한 보직인지를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테고. 아마 자신의 소원인 선발투수를 못하는 것이 불만인 모양이나 마이너리그에서 10년, 20년씩 썩으면서 물 당번도 좋으니 메이저리그에 한번 올라가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그런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 메이저리그 최고 슬러거인 배리 본즈가 자신의 홈런 기록과 서슴지 않고 바꾸겠다는 월드시리즈 챔피언링을 단 3년만에 손에 낀 행운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나 있나. 아직 어린 선수가 홧김에 뱉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래도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선 국민적 스타 입에서 나왔다고 보기에는 너무 유치하고 근시안적인 말들이어서 기분이 영 씁쓸하다.
김병현이 이처럼 열 받은 이유를 살펴보자. D백스의 밥 브렌리 감독은 올 들어 세이브 상황에서 무조건 김병현을 내보내는 대신 상대팀 타순 가운데 왼손 거포가 포함돼 있을 땐 왼손 잠수함 투수 마이크 마이어스를 마무리로 기용했다. 그 작전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어서 마이어스는 매번 승리를 지켜냈다. 그런데 김병현은 이를 팀이 이기기 위한 작전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감독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단정, 글러브를 집어던지고 경기장을 떠나는 몰상식한 행동을 해 팀을 어이없게 했다.
만에 하나 경기를 졌다면 모르지만 이겼는데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그가 팀 승리보다 개인적인 성취욕을 더 앞세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병현도 할 말이 있다. 그는 자신의 팬클럽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불만의 이유가 세이브를 못 챙겨서가 아니라 팀의 마무리투수라는 믿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왼손타자를 제압하기 위해 겨울 내내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갈고 닦았는데 왼손타자를 상대로 내보내주지 않아 맥이 빠졌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100% 믿지 못하는 감독에 대해 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지만 감독의 최우선 과제는 팀 승리이고 이기기 위해 어떤 작전을 사용하든 그것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만약 감독의 작전이 실패했다면 모르지만 잘 통하고 있는데 단지 자기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불만만 터뜨리고 있다간 머지않아 팀에서 암적 존재로 낙인찍힐 위험성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세이브 몇 개 못 올리는 것보다 선수로서 그에게 훨씬 더 치명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 23세로 메이저리그에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지금까지 온 길보다 훨씬 많은 김병현이 사태를 직시해 좀 더 멀리 보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현명함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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