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인근 해프문 베이 일대는 파도가 높고 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파도를 타는 서퍼들은 태평양에서 밀려드는 산채 만한 파도를 보면서 저런 파도를 타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마치, 사람들이 달을 쳐다보면서 ‘무엇을 타고 저 달에 올라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그런데, 90년대 초반부터 제프 클라크를 비롯한 몇몇 서퍼들이 해프문 베이에서도 가장 파도가 험하기로 소문난 매버릭스 포인트에서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남방, 필러 포인트 인근 수역에 위치한 매버릭스는 높이 수십피트에 달하는 초대형 파도들이 쉴새없이 밀려드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파도가 높은 수역 중 하나일 것이다.
서퍼들을 매버릭스의 거대한 파도 위에 올려다준 것은 PWC라고 불리는 개인용 워터크래프트였다. 마치 수상스키가 보트 뒤를 따라 달려가듯,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매버릭스의 거대한 파도 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워터크래프트를 타고 70피트 높이의 파도 위로 올라가 본 적이 있는 제프 클라크는 이렇게 자랑한다.
"70피트 파도 위에 올라가면, 마치 달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상상이 불가능하다"
매버릭스의 파도 위로 올라가는 기술적 장벽은 사라졌지만, 워터크래프트 서퍼들은 환경보호, 법률적 문제 같은 대외적 장애물들에 의해, 또 다시 파도 꼭대기에서 내려와야 할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서퍼들이 당면한 반대의 목소리는 차갑고 상어가 출몰하는 몬트레이 국립해양 보호구역에서 거대한 파도를 타는 것만큼이나 위협적이다.
환경론자들은 워터크래프트가 소음과 공해를 일으켜 희귀 해양생물들의 생태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설상가상으로, 해양보호 수역을 감독해 온 연방기관은 보호구역 내 워터크래프트 진입을 전면 금지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서퍼들도 이에 가세하여 워터크래프트가 자신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매버릭스의 파도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1993년, ‘서퍼’라는 잡지가 매버릭스에 대한 특집기사를 게재하면서부터였다.
그로부터 1년 후 하와이 출신 세계적인 서퍼인 마크 푸가 이곳에서 서핑도중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매버릭스 파도의 악명은 더욱 더 높아졌다. 요즘에도 태평양에서 대규모 폭풍이 발생하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거나 파도 기록을 작성할 목적으로 매버릭스로 몰려들고 있다.
한동안 매버릭스에서는 전통적 서퍼들이 파도를 타면, 워터크래프트 라이더들은 서퍼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도로 진입한다는 신사협정 같은 것이 지켜졌다. 그런데 워터크래프트 인구가 급증하면서 언제부턴가 그 같은 자체 규율이 유명무실해졌다.
매버릭스에서 오랫동안 서핑을 해온 마크 리네커는 말한다.
"워터크래프트들이 마치 해양구조대처럼 시속 30~40마일로 달려가면, 그 소음과 연기 냄새 때문에 정신이 없어진다. 또 기존 서퍼들이 물 속에 빠졌을 경우, 워터크래프트가 사람을 식별하지 못한 채 머리 위로 지나갈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워터크래프트 이슈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한 중요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샌타크루스 인근 미첼스 코브 수역에서 일반 서퍼와 워터크래프트가 충돌한 것이다. 이 사건은 캘리포니아 관내 5만3,000여스퀘어마일의 해양보호구역 감독기관인 전미 해양환경국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해양 생물학자 댄 하이플리는 말한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워터크래프트와 서퍼들이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 해양생물 및 생태보호 방안도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
캠브리아 북쪽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275마일의 해안선을 따라 걸쳐 있는 몬트레이 해양보호구역에는 11종의 희귀 생물, 7종의 멸종위기 생물로 분류되는 조류, 어류, 거북류 및 해양 포유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미 해양환경국은 지난해 10월, 몬트레이 보호구역 북단 파렐론즈 구역에 대한 워터크래프트 접근을 금지시킨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워터크래프트 동호인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매년 1스퀘어마일의 바다 위에서 15일간 워터크래프트를 탈뿐이다. 육상도로 위에 무수한 차량들이 굴러다닌다. 그들이 내뿜는 각종 오염물질은 고스란히 물에 씻겨 결국 바다로 흘러든다. 그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 워터 크래프트 오염을 가지고 난리 치는 것은 웃기는 얘기다" 제프 클라크는 일축한다.
마지막으로, 워터크래프트 이슈는 서핑 동호인들 내부에서도 심각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서퍼들 가운데 일부가 워터크래프트를 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프라이더협회는 산하 회원들에게, 구조 및 안전활동 이외 목적으로 워터크래프트를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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