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의 데뷔전으론 퍼펙트한 피칭이었다."(바비 칵스 애틀랜타 감독)
"왜 유망주로 꼽히는 지 알만 했다."(밥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
비록 부상으로 인해 구멍난 로테이션을 메우기 위한 땜질용 선발등판이었으나 봉중근(21·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짧은 메이저리그 나들이는 왜 브레이브스가 그를 차세대 에이스로 애지중지하며 키워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23일 애틀랜타 터너필드에서 월드시리즈 챔피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봉중근은 1회초 어쩔 수 없는 긴장감으로 다소 몸이 굳었던 것을 제외하곤 시종 유연하고 배짱 있는 투구를 보여 장차 대성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후 곧바로 더블A행을 통보 받았으나 다음엔 빅 리그에 돌아올 때는 1회용이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날 봉중근이 보여준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짱 있는 자세였다. 캐처의 리드에 따라 던졌기에 사실 그의 생각이 끼어 들 여지는 거의 없었으나 1회 노아웃 2, 3루 위기에서 강타자 루이스 곤잘레스를 풀카운트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공 하나 하나에 위축된 느낌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자세가 당당했다. 상대가 월드시리즈 챔피언 D백스와 월드시리즈 MVP 커트 쉴링이었고 봉중근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처음 선 21살 초보루키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최고구속은 90마일 정도였으나 볼 끝이 살아 들어와 실제 위력은 더 좋았다. 단지 이날 변화구를 거의 구사하지 않는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는 바람에 변화구 구사력에 대한 평가는 일단 유보할 수밖에 없으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도 어느 정도 수준급으로 알려져 경험만 쌓으면 ‘제2의 탐 글래빈’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봉중근의 천부적 타격 감각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중 하나인 커트 쉴링을 상대로 노볼 투스트라익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쉴링의 주무기인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을 잇달아 2개나 골라낸 것은 쉴링조차 경기 후 감탄을 금치 못한 예리한 선구안이었다. 결국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으나 쉴링의 95마일 강속구에 정확히 때려낸 그의 타격감각은 "전날 대타로 기용할 것을 고려했었다"는 칵스 감독의 말처럼 감탄할 수준이었다.
브레이브스는 내년도 선발 로테이션에 중대한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에이스 그렉 매덕스와 탐 글래빈이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데 이들의 복귀가 확실치 않다. 봉중근이 브레이브스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활약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 "그에게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칵스 감독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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