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교실, 숙제 안 내주기등 전국적으로 확산
LA 교외 샌마리노 통합교육구 교육위원실에서는 특별한 클래스가 진행중이다. 2줄로 놓인 의자에 8명의 학생이 앉아 있는 가운데 44세의 가정주부 폴린 첸은 바닥을 보면서 수줍은 듯 자기가 어떻게 두 딸 줄리와 매기를 몰아쳐 UC에 입학시켰는지를 모국어인 만다린어로 이야기한다.
막내인 아들 스티븐(14)은 스탠포드를 보내고 싶은데 학업문제를 강조하다보니 집안 분위기는 긴장의 연속이라 이제 아들은 학교생활에 관해 엄마에게 이야기하기를 기피한다. 또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도 다투는데 첸에게는 하루 다섯시간도 성에 차지 않는다.
아들과 자주 싸우기도 지쳐 이 클래스에 등록한 첸은 “그냥 되는 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6주 과정인 이 클래스의 목표는 자식들을 너무 들볶지 말라고 부모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샌마리노 지역 학생의 어머니 6명, 아버지 2명이 등록한, 우등생 및 그 부모들을 위한 이런 성격의 클래스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는 벤추라와 샌디에고 카운티가 숙제를 줄이기로 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7개 공립학교가 정규 교과과정에 요가를 도입한 데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팔로스버디스 교육구는 주정부 지원 하에 똑똑한 문제 학생들을 면밀히 살필 카운슬러를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계속 부모 모임을 갖고 기대 수준을 낮추라고 말씀드립니다. 아이들이 자기 나름의 속도로 성공하도록 내버려 두시라고요” 잭 로즈 샌마리노 교육감의 말이다.
타주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잉글랜드학교협회는 학교인가 검사차 일류 기숙사 학교를 방문해 보고 그 학교들에 진도를 늦출 것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매서추세츠주 앤도버의 필립스 아카데미는 시간표를 간소화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으며 뉴저지의 교외 커뮤니티들은 숙제도 내주지 않고 모든 과외활동도 취소하는 ‘레디, 셋, 릴랙스’ 나잇 제도를 마련했다.
미니애폴리스 교외에서는 ‘패밀리 라이프 퍼스트’라는 단체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중요한 일들의 균형을 잡으려는 학교 및 프로그램에 허가증을 발급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고교생들에게 압박감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뉴욕의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퍼블릭 아젠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나 압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에 지원하는 소수의 우등생들과 그 부모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커가고만 있다.
우선 일류대학에 들어가기가 자꾸 어려워지고 있다. 아이비리그나 UC 캠퍼스의 입학률은 점점 낮아져 UC버클리의 경우 2000년도 지원자의 29%만이 입학이 허가됐는데 그 5년 전에는 39.9%이던 것이 그렇게 낮아졌다. 그러니 남보다 뛰어나 보이려면 우등생들은 AP 같은 앞서가는 클래스도 듣고, 서머 스쿨도 나가고, 고교생을 위한 칼리지 클래스에도 등록하는 등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끔 하려면 웬만한 직장 근무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고 엘시군도 고교 학생회장인 앤 포스터-케디는 말한다.
그러다 보면 우등생들도 지치고 마음이 약해진다. 팔로스버디스 페닌슐라 고교에 가면 제인 래플린이 매일 학생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우스베이 지역의 카운슬링기관 15개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촘촘히 적힌 명함을 나눠주는 래플린은 이 학교의 안전담당 코디네이터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학력고사 성적이 높은 교육구들의 안전담당 코디네이터들은 시큐리티 가드가 아니라 우등생들의 스트레스 감소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는 유자격 카운슬러들이다.
내셔널 메릿 준결승 진출 학생이 43명이나 나왔고 졸업생의 76%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이 학교에는 스트레스도 많다.
래플린은 자신의 임무는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간 4회 정도 대규모 학부모 모임을 주최하고 가족들도 자주 상담하는 래플린은 항상 “숨을 크게 쉬고 한 걸음 뒤로 물러 서보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어려서부터 성취하도록 길들여진 아이들은 어쩔 줄을 모른다.
엘시군도 고교의 AP 미적분 교사 캐서린 클레머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목적으로 숙제를 없애 버렸더니 좋아하는 아이들과 당황하는 아이들이 반반이었다고 말했다.
샌마리노 교육구에서 학부모 클래스를 가르치는 전직 교사 로자 지는 목요일 밤은 만다린어, 토요일 밤은 영어로 가르친다. 문화적 차이부터 아이들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핵심 메시지는 부모들이 좀 느긋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첸은 너무도 기대가 큰 막내아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희망으로 이 클래스에 들어왔다. 샌마리노 고교 1학년인 스티븐은 7세부터 자기는 스탠포드에 가겠다고 해서 기쁨을 주어왔으나 차츰 공부는 안하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성적이 떨어졌다. 스탠포드에 가려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잔소리로 모자지간에 신경이 날카로웠는데 이 클래스 덕분인지 요즘은 다툼이 조금 뜸해졌다.
“그 클래스에 가면서 마음이 가라앉았어요. 이제는 스탠포드 아니라 USC나 UC에 가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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