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미국식이라고 하는데 사안에 따라 완급이 필요합니다"
지난 2일 LA를 방문한 한나라당 박원홍, 이주영 의원은 다음날 아침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대뜸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들 두 국회의원은 한국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미국에 도피중인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행방을 찾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길이었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의 정세를 바라보면 국회의원들이 현지 조사로 국민의 의혹을 풀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특히 요즘처럼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이 터지는 상황에서 진상을 밝히려는 국회의원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잡고 있는 일정이었다. 전날 오후 4시가 넘어 LA에 도착해 총영사관으로 가서 주요 사법기관들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시간은 관련기관들이 거의 업무를 끝낼 시각이었다. 너무 무리한 일정을 추진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이 미국의 관점에서 이를 지적하자 의원들은 신경이 거슬린 것이었다.
아울러 “최씨의 소재 파악과 체포를 위한 일에 미국이 성의를 표시하지 않으면 한국민들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을 것이다”는 경고성 발언도 내놓았다.
반면 미국 도피중 체포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조속한 소환 역시 국민의 의혹 해소에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과 관계가 없다며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다른 이슈지만 의혹 해소라는 같은 본질에 대해서는 당리당략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2박3일의 짧은 일정 동안 연방 마셜을 제외한 이민국 및 기타 다른 기관들은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아 방문하지 못했고 팔로스버디스 골프장 방문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최씨와의 골프 회동설이 사실무근임을 재차 확인하는 결실만을 얻고 귀국했다.
한국에서 큰 사건이 터질 때면 어김없이 국회의원들이 ‘조사단’이라며 달려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때 조사가 목적인지 시위성에 불과한 것인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 한국에서 중요한 사안이 미국서도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 왔으면 이곳의 문화적 특성과 사회구조 속에서 일을 추진하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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