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사막 언덕에 종교화 그려 온 레너드 나이트
한때 철거위기, 현재는 미국 민속예술의 성지로 각광
올해 70세인 레너드 나이트는 지난 16년 동안 임피리얼 카운티의 사막지대에서 묵묵히 종교적인 그림을 그려왔다. 자신이 ‘구원의 산’이라고 이름 붙인 구릉을 캔버스 삼아 ‘하느님은 사랑이시다’(God Is Love) 등의 영적 메시지를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표현해온 그가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마침내 미술사학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민속예술학회가 최근 그의 ‘산’을 미국 민속예술의 성지로 지명한 것이다.
나이트가 산이라고 부르는 곳은 실제로는 건물 3층 정도의 높이에 폭이 1백 피트 남짓한 비탈진 언덕이다. 이 땅을 관할하는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나이트를 불법침입자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쫓아내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다. 그 덕에 나이트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기증 받은 약 10만 갤런의 페인트로 그 언덕에 폭포와 성서를 인용한 모자이크 그림을 그려왔고, 수마일 밖에서도 눈에 뜨이는 십자가도 세웠다.
전 세계 민속예술가와 언론인들이 샌디에고에서 100마일 떨어진 솔튼 시 부근에 있는 나이트의 언덕을 방문해 그의 작품에 경탄하고 돌아갔다. 영국의 BBC 방송, 일본의 한 잡지사와 독일의 영화촬영 팀도 이 곳을 취재해 갔다. 볼티모어의 한 미술관은 그가 알록달록하게 장식한 트럭 두 대를 싣고 가서 전시하기도 했다. 나이트와 그의 작업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졌고 책도 몇 권 출간됐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대표적 민속미술학자 한 사람은 현재 이 구원의 산을 국보로 지정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하원에 제출한 상태다.
볼티모어에 있는 미국 환상미술관의 설립자 겸 관장인 레베카 앨반 호프버거는 "레너드의 산은 한 푼의 세금도 쓰지 않고 오로지 아름다운 마음씨 하나로 건립,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사상 최대의 기념비"라면서 "영원히 보존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나이트의 이웃 주민들은 닐랜드의 토마토 축제와 인근 브롤리의 캐틀콜 행진 등 연례행사에 나이트를 위한 평생 지정석을 마련해주는 등 나름대로 존경심을 표했고, 팬들은 그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나이트가 한때 대중들에게 불쾌함을 불러일으키고 환경오염을 가져온다는 낙인이 찍혀 카운티 공무원들로부터 내쫓길 것이라고 위협받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변화들이다.
나이트는 "주님은 내가 구원의 산을 찾은 순간부터 줄곧 내게 축복을 내렸다"면서 "때때로 나의 삶이 반은 이승에 있고, 반은 이미 천국에 가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986년 나이트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란 문구가 장식된 열기구를 타고 가다 땅으로 추락해 열기구가 완전히 망가지는 사고를 겪었다. 당시 샌디에고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열기구의 추락이 하늘의 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트럭운전사, 용접공, 잡역부, 기타 교습가, 페인트공, 차량 정비공 등 수십년 동안 해온 일들을 다 팽개치고 오로지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하는 ‘사막의 부랑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열기구가 추락한 바로 그 지점에 머물기로 작정했다. 자갈이 많고 잡초가 무성한 이 작은 땅은 2차 대전 때 조지 패턴 장군의 탱크부대 훈련장이 있던 곳으로 캘리포니아주 토지위원회가 관리하고 있었다.
구원의 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슬랩시티 주민들은 나이트에게 페인트 통을 날라다 주었다. 미네소타에서 이사 온 필립 설리반은 "레너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는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진정으로 따스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7년 전 임피리얼 카운티 정부가 슬랩시티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주정부로부터 넘겨받으면서 구원의 산은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카운티 정부가 이곳을 사막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구원의 산은 파괴되고 나이트는 쫓겨날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트가 유명해지고 그의 작품도 감히 손대선 안될 걸작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이 계획은 현재 재검토되고 있다. 공원 설립을 지지하는 게리 와이어트 집행관은 "이제 어느 누구도 레너드와 그의 산에 손을 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이트는 최근 새로운 작업에 착수했다. 구원의 산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언덕에 그림을 그리는 일과 건초더미로 두 채의 오두막을 짓는 일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요한복음 3장16절, 주기도문, 미국 국기, 녹색 계곡, 흐르는 시냇물이 될 예정이다. 그림을 그릴 때 그는 즉흥성과 자발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밑그림을 그리는 일은 결코 없다.
그는 "그냥 실수를 수도 없이 거듭하고 다시 고치고 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오로지 그림과 기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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