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부처님 오신날’이었다.
이날 베이지역에서는 각 사찰마다 많은 연등을 환하게 밝히고 부처님 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을 기렸다.
한국에서도 전국 사찰들과 거리 곳곳에 색색의 아름다운 연등이 환하게 켜졌다.
그 연등을 보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한다.
지금 바다 건너 모국에서는 정치하는 사람들은 물론 사회 각계가 치열한 밥그릇 싸움으로 날을 지세고 있다. 매일 매일 들려오는 소식이 창피하고 한심한 것들 밖에는 없다.
우리가 사는 베이지역 한인사회는 어떤가.
기후 좋고 공기 좋아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는 이곳. 겉으로 보기에 한인들은 열심히 일하며 무탈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꺼풀만 벗기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서로 믿고 살아도 외로운 형편에 불신이 가득하다. 서로 도우며 살아도 부족한 처지에 돕기는커녕 빼앗지 못해 안달이다. 서로 다독거리며 살아도 아쉬운 상황에 툭하면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허다하다.
어쩔 수 없이 호구지책으로 한국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만 먹고사는 일만 해결된다면 한인사회를 떠나 살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인 사회가 지금 갈등과 혼란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들이 남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남 잘되는 꼴 못 보고 헐뜯어야 직성이 풀리며, 부당한 방법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돈을 모으려고 하는 것이다.
석가의 가르침은 모든 존재가 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깨닫기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누구인지를 깨달아 `참 나’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탐욕’과 ‘질시’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에 빠져 산다. 끝없이 욕심내고, 남을 원망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무명’ 속을 헤매고 있다.
석가가 가르친 바대로 이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 허망한 것에 그토록 집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한인사회의 인간관계도 지금보다 훨씬 편안해 질 것이다.
불자든 아니든 상관없다. 큰 진리 앞에 그것이 무슨 대수인가.
부처님 오신 날은 지났지만 이제라도 우리 마음 속에 등 하나씩을 밝히자.
그 등은 내 한 몸, 내 가족, 내 민족만을 위한 이기적 발복이어서는 의미가 적다.
우리 모두의 어두운 마음을 밝혀 나가는 겸허하고 순수한 기원이어야 한다.
그래야 거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은 자신의 본모습을 돌아보는 날이며, 이날 켜는 등은 자신의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다.
<안병선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