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번도 소지품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어떻게 귀중한 소지품을 잘못 간수할 수 있느냐"
새로발급 받은 여권과 영주권을 분실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발만 구르던 한 후배의 부탁을 받고 LA한국총영사관의 민원영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당한 ‘꾸지람’이었다. 사정이 급한 것 같은데 빨리 재발급 받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하려다가 서슬퍼런 ‘질타’에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떤 사람인지 봐야 겠다. 이해를 못하겠다. 따져봐야 하겠다"는 말을 덧붙여 가며 일장 훈계를 하는 영사를 어떻게 이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압적인 자세로 거침없이 꾸짖는 영사가 지금은 사라졌을 법 한 군사정권시절의 ‘준엄’했던 정부 관료를 대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여권 분실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영사에게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인지가 궁금하다. 발급받은지 얼마 안된 여권이 어떤 용도로 사용될지 몰라 철저히 조사한 후에 재 발급하겠다는 원칙주의는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꾸지람을 곤란하다. 이곳은 미국이다.
여권이나 영주권, 시민권 증서를 분실했다고 해서 정부 관리에게 야단을 맞는 일은 없다. 한국에서 이런 ‘호통’이 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아닐 것이다. 해외 자국민 보호를 위해 파견된 민원영사들의 태도가 종종 한인사회에서 도마에 오른다.
지난해 텍사스 휴스턴 한국 총영사관 민원영사에게 중부 한인사회에 대해 질문했다가 "모른다"는 말로 일관해 당황한 적도 있었다.
수년전에는 오렌지카운티에 순회영사 업무중 한인회장실에서 낮잠을 자고 대낮에 술을 마시며 민폐를 끼쳤다가 질타를 받은 민원영사도 있었다. "3년만 채우면 한국으로 간다. 그러면 이곳 일은 면제부를 받는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 영사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해외 공무원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철저한 교육을 건의하고 싶다.
해외 공관의 여성 민원영사 파견은 분명 현지 교민들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자는 한국정부의 의도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친인척 비리로 심기가 어두운 한국 정부를 욕먹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말을 아껴야 한다.
johnkim@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