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스트릿의 증권업자 알랜 필즈는 오랫동안, 현재 가지고 있는 것보
다 더 큰 대형 보트를 한 대 장만할 생각을 해왔으나 막상 실천에 옮기질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테러사건이 터지자, 이제는 결심을 굳힐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전 필즈는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 소재 데스티니 요트사와 요트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선수금으로 100만달러를 지급했다.
필즈가 주문한 전장 106피트의 파이버 글래스 요트는 최종가격이 780만달
러를 호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거대한 요트를 굴리기 위해서, 필즈는 전담
선장과 승무원을 고용하고 연간 운영비로 30만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내 나이 벌써 57세다. 사람이 살면 몇 년을 더 살겠는가. 가진 재산을 썩
혀두느니 인생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필즈는 말한다.
필즈처럼 생각하는 부자들 덕분에 연간매출 250억달러에 달하는 요트업계
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요트산업은 지난 2년간 계속된 주식시장 침체와 지난해 발생한 테러사건 의 된서리를 맞으면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부분의 주요 요트회 사들이 직원들을 감원하고 할인판매를 실시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필즈가 구입한 것과 같은 값비싼 대형 호화요트들의 매출은 상승세를 계속해 왔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요트산업의 향후 전망은 무척 밝은 편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돈이 상당히 많은 미국 사람들은 미국 땅에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요트가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해 줄 이상적인
피신처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형 요트를 21세기판 집 뒤뜰의 지하 핵벙커
의 대체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해 9.11 테러사건 직후, 몇
몇 부자들은 자신들의 호화요트를 타고 카리브해의 바하마쪽으로 피신 나
갔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요트제조업체들과 브로커들에 따르면, 근래 들어 대형 요트업체에
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얼마 전 뉴욕 맨해턴의 제이콥 제이비츠 센터에서 열렸던 뉴욕 전미 보트
쇼에서도 작금의 요트산업 열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어떤 요트제조업체들
은 쇼가 시작된 첫 이틀 동안 지난해 쇼에서 한주간 판매한 물량보다 더
많은 요트를 판매했다고 보고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요트 구입 열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초 요트산업 전문가들은 9.11 테러사건 이후 요트산업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고 한결같이 예측했다. 그리고 소형 보트들의 매상이 큰 타격을
입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80피트 이상 대형 보트만 취급하는 보트전
문 잡지 ‘쇼보츠 인터내셔널’의 짐 길버트 편집장에 따르면, 9.11 이후 대
형 호화보트들의 주문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억만장자들이 요트를 자
신과 가족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길버트는 부자들의 요트구매 심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소유한 떠다니는 작은 섬보다 더 안전한 장소는 없다.
내가 나의 안전을 소유하고 스케줄을 직접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데이니아 비치의 대형 요트제조업체인 브로워드 요트사의 조선
소에는 요즘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대형 요트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
다.
브로워드사는 3년 전 심각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창립자 가족이 현 소
유주들에게 매각한 회사다. 그러나, 대형 요트붐을 맞이하여 요즘 브로워
드 요트사는 최고의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회사가 현재 건조중인 요트중 한 척은 전장 86피트에 575만달러를 호
가하는 헤터라스 스포츠 낚시용 보트다. 이 보트는 1,800마력의 쌍발 디젤
엔전을 장착하고, 5 베드룸과 웬만한 아파트집 부엌보다 더 큰 부엌을 갖
고 있다. 부엌의 카운터는 대리석제이고, 바닥은 미려한 화강암으로 깔려
있다.
보트산업 업계 경영자들은 지난 몇 년간 요트산업은 90년대 초반 이후 최
악의 불경기에 시달려 왔다고 말한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연방의회가 요트에 대해 10% 사치세를 부가했을 때,
요트산업은 크게 흔들렸다. 미국에서 회사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요트업체
아웃보드 마린사가 2000년 파산을 신청했고, 지난해 봄에는 여가용 보트
업계의 선두주자 브룬스윅사가 여덟 개 조선소 폐쇄 결정을 내리기도 했
다.
전미 보트제조업협회에 따르면, 보트 판매고는 2000년에 2% 감소했고, 지
난 해에도 추가로 6% 감소했다. 하지만, 대형 호화보트 업계는 2001년에
전년동기 18% 상승한 507척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의 기록적
인 31%에 비해서는 다소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지만, 여전히 괄목할만한
신장세이다.
한편, 필즈는 대부분의 대형 요트 소유자들과 마찬가지로 연간 운영경비
를 충당키 위해, 유휴시간에는 요트를 전세 내어줄 계획이다. 그는 자신의
요트를 전세 내줄 경우, 매주 5만~6만달러의 수입이 들어올 것으로 추산
한다. 하지만, 필즈는 요트로 돈벌이 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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