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11시30분부터 시작된 중국, 일본, 한국 ‘극동 3강’의 잇단 월드컵 출격.
‘보링’(Boring·지루한)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중국 경기를 보느라 처음부터 하품과 싸워야 했고, 일본 대 벨기에 경기는 ‘오버액션의 대가’ 블라디 디바치(새크라멘토 킹스)를 뺨치는 양 팀 선수들의 연기력과 지저분한 플레이에 심판이 호각을 무려 58차례나 불러 자꾸 흐름이 끊기는 바람에 짜증만 났다.
그러나 끝에는 하룻밤을 뜬눈으로 세운 보람이 있었다. 폴란드를 2대0으로 누른 한국의 월드컵 첫 승은 그 만큼 통쾌했다. 48년 묶은 그 무엇이 쑥 내려간 기분이었다.
‘첫 타자’인 중국 대 코스타리카 경기는 예상대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중국이 밀루티노비치 감독 특유의 ‘빗장수비’를 펼쳐 전반 45분 동안 양 팀이 날린 슈팅회수가 6차례에 불과 했다. 후반전쯤 되니 혼자 보면 재미없으니 같이 봐주겠다던 집사람은 이미 꿈나라로 갔고, 기자 또한 어떻게 새벽 4시반까지 깨어 있을지 고민이었다. 벌써부터 하품만 나오는데 2번째 경기인 일본전에서 졸기 시작해 정작 봐야할 한국전이 벌어질 때는 골아 떨어지는게 아닐지 걱정이었다. 결국 0대2로 진 중국축구는 아직 멀었다. 문전처리도 미숙하고 옛날의 한국축구를 보는 듯 했다.
일본전은 한마디로 짜증나는 경기였다. 일본은 신장열세로 벨기에의 공중전에 곤욕을 치렀는데 잘한다 잘못한 다를 떠나 반칙과 반칙을 유인해낸 선수들의 연기력이 경기를 재미없게 했다. 후반에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을 포함, 4골이 폭발하지 안았으면 코나 골며 자는게 낳을 뻔했다.
그러나 한국의 통쾌한 승리가 그 모든 것을 만회했다. 장장 6시간반에 걸쳐 밤을 꼬박 세우며 월드컵 마라톤을 본 보람이 있었다. 관중석을 빨갛게 그린 열성 팬들을 포함, 전 국민의 성원을 업은 한국축구는 거스 히딩크 감독아래 놀라운 발전을 했다. 특히 ‘스페이싱(Spacing·간격유지)’이 기가 막힌 수비가 매우 인상적이었고, 월드컵 경기에서 처음으로 한국이 오히려 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축구는 이제 월드컵 첫 승을 신고, 마침내 ‘16강’을 외쳐도 순서가 맞는 단계에 이르렀다. 불과 몇 개월전 히딩크 감독을 비난했던 ‘전문가’들의 얼굴이 뜨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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