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남가주 한인사회의 최대화두는 단연 월드컵이다. D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아왔던 한국의 선전으로 한국국민은 물론 미주동포들도 열광하고 있다.
한국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한인들은 마음이 들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며 TV앞에 모여앉아 목청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한다. 기자도 지난 일주일동안 휴가여행을 하면서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호텔방에서 한국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의 경기를 놓쳤더라면 두고두고 가슴을 치며 후회했을 것 같다. 한국인들의 응원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거워 상대팀 감독이 한국팀보다 응원단이 더 무섭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관중의 응원과는 양과 질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온 국민이 그토록 바라던 월드컵 16강 진출은 오는 14일 포르투갈과의 한판승부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이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한국인의 응원열기가 극에 달할 정도로 지나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신적 압박을 느끼면 실력발휘를 못하게 된다. ‘무조건 16강에 진출해야 한다’, ‘어떻게 4년을 더 기다리냐’는 식으로 선수들을 닥달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
본선에서 첫 승리를 따낸 것만 해도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이대로 가면 포르투갈에 질 경우 한국선수들과 감독이 역적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기면 ‘정말 잘했다. 코리아 만세’를 외쳐댈 것이고 지면 ‘그럴 줄 알았어. 16강은 무슨 16강, 주제파악을 해야지’라며 비아냥댈 것이 눈앞에 선하다.
과거의 좌절을 교훈삼아 한국축구는 놀랄만한 발전을 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갈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 같은 축구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실력이 한참 모자란다. 세계 4대 프로축구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한국축구의 현주소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16강이 아니라 8강, 4강까지 내달리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승패를 떠나 주어진 여건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벌써 16강에 진출한 것처럼, 무조건 16강에 들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선수들이 부담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축구 팬들의 침착하고 겸손한 자세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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