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한국은 공통점이 많다.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다혈질적인 국민성도 그렇다. 이탈리아 축구선수의 귀국표정은 한마디로 침통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승을 바라보던 막강한 역전의 용사들이 약체라고 믿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한국팀에게 일격을 당하고 나니 그들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으리라.
예상했던 대로 이탈리아 언론들은 분을 참지 못하고 연일 우승을 도둑 맞았느니, 편파적인 살인자 심판 때문이라느니, 뇌물을 먹었다느니, 악의에 찬 한국 헐뜯기에 열을 올리며 티토가 퇴장하는 장면, 코코가 피 흘리는 장면 등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을 되풀이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다. 그리고 안정환 선수를 분풀이로 이탈리아 구단에서 추출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반한 감정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현지 교포들까지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각 국의 여론은 대체로 이러한 이탈리아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보며 오히려 한국팀의 승리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가 패배한 것은 팀 자체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그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이탈리아의 옹졸함을 비난하는 듯 하다.
이에 관련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난 동계 올림픽 때 우리 김동성 선수가 오심으로 인하여 금메달을 도둑맞았다 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일이다. 언론은 연일 지금 이탈리아가 하고 있는 꼭 같은 비난을 심판에게 퍼부었고 미국 오노 선수가 김 선수의 다리를 떠미는 장면을 되풀이 방영하여 다혈질적인 한국 젊은이들에게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하였다.
그때의 국제여론도 오늘날 이탈리아의 경우와 대동소이했다. 이번 포르투갈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승전 골을 넣고 나서 행한 스케이팅 홈 세리모니도 우리의 옹졸함을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 같아서 개운치가 않다.
스포츠는 스포츠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며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도 아니다. 사력을 다하여 경기에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더라도 화인플레이를 했다는 자긍심을 갖고 상대방을 칭송하는 한마디를 남겼으면 어떠할까. 그리하면 시합에 이건 것보다 더욱더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스포츠 정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탈리아가 한국을 비하하는 대신 “한국팀은 참으로 놀라운 발전을 했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면 우리는 아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얼싸 안았을 것이다. 온 세계가 또 그리했으리라. 지고도 이긴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김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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