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은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세계 어디든 한국민이 사는 곳이면 마찬가지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가슴 벅찬 희열을 우리는 언제 체험해 보았던가?
1945년 8월15일 제2차 대전이 일본의 항복으로 끝나고 한국이 해방되었을 때 모든 국민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이처럼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었다. 그러나 그때는 남북 인구를 다 합해도 지금 한국 인구의 반도 못되었고 또 그 때는 아무 옷이나 입고 뛰쳐나갔다. 지금처럼 사람마다 빨간 옷을 입고 손에 손에 태극기와 응원봉을 들고 그야말로 악마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목이 쉬고 어깨뼈가 빠지도록 함성을 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월드컵에 나가 헝가리에 9대0으로 진 이후 단 한 게임도 이겨보지 못한 우리 한국 축구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거스 히딩크 감독 한 사람을 영입한데 있다. 일년반전 그가 한국축구 감독이 되어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는 아무도 그를 몰랐다. 그가 비행장에 내려 처음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오는 월드컵에 한국 축구를 세계가 놀라도록 하겠다"고 큰 소리쳤을 때만 해도 으레 하는 소리로만 우리는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진단했다. 자신이 한국 축구팀을 훈련시키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선수를 선택할 때 무슨 지연이니 학연이니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누구 말도 듣지 않고 오직 실력과 열정적인 승부의욕을 가진 선수들만 뽑았던 것이다. 한 사람 지도자의 힘이 이처럼 역사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LA의 농구팀 레이커스도 선수는 그대로인데 감독만 필 잭슨으로 바꾸었더니 그가 취임한 바로 그 해부터 금년까지 3년간 연승으로 챔피언이 되었지 않은가? 한 사람 지도자의 힘은 운동경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조직이나 단체에도 해당되는 것이다.
한 국가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로는 을지문덕 장군이나 충무공 같은 이, 세계적으로는 알렉산더 대왕, 징기스칸, 워싱턴, 링컨, 처칠, 간디 등은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종교적으로는 예수나 석가나 공자 등 한 사람이 만인의 사는 길을 가르쳐 주었고 과학의 세계에는 코페르니쿠스, 다윈, 뉴턴, 아인슈타인 등이 과거의 미신적 미망에서 우리를 깨우쳐 주었던 것이다. 한 사람의 힘이 이처럼 위대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한국민의 열기를 보라. 5년 전 한국이 IMF에 처하자 온 국민이 가졌던 금붙이 내어놓아 나라를 살리고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우리는 진정 무엇이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국민이다. 원대한 비전과 히딩크 같은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국민을 이끌어줄 수 있는 지도자만 나타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뽑았던 과거의 대통령들은 하나 같이 그 말로가 비참하여 국민을 비탄 속에 빠뜨렸는데 올해 말 대선 때는 히딩크처럼 우리나라를 세계의 4강, 아니 우승국으로 만들어 우리에게 한번 더 지금 같은 환희를 맛 볼 수 있게 해주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 라파엘/ 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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