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라고 우리도 놀란 월드컵의 감동이 이제 막을 내린다.
그라운드를 누빈 태극전사들의 자랑스런 모습, 히딩크 감독의 승리의 제스처, 그리고 서울에서 LA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이 환영(幻影)처럼 선명하다. 역사의 기록보다 찬란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미주 한인사회에 있어서 이번 월드컵은 마치 신대륙 발견과도 같다.
망망대해를 헤쳐 가는 이민세대 앞에 ‘한인 2세’라는 거대한 신대륙이 역동하는 ‘붉은 섬’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성큼 나타났다. 언제부터 어떤 모습으로 잉태했는지 모르는 신대륙이 조국 사랑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섰다.
모두가 놀랐다. 그저 부모의 나라에 무관심한 이방의 자식들 정도로 여겨졌던 우리의 아들 딸 들. 그들의 신대륙이 4강 신화의 12번째 선수로 출현한 것이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신 ‘대∼한민국’을 외쳤고 ‘필승 코리아’를 토해냈다. 절반은 영어로, 절반은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도 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했는가. 한-미전이 열리면 집안에서 응원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기우였다. 그들이 부모를 깨웠고 밤을 지새며 응원장을 찾았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던 그들의 핏속에 진한 한국의 강이 흐르고 있었는지 누가 상상이나 했는가. 그들의 응원함성은 우리 1세들에게 자각의 자명종이었다.
1세들은 무엇인가.
거대한 2세 신대륙이 조용히 용트림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의 모습은 어땠는가. 한번의 만남도 없었고 감투도, 지도자도 없는 그들이 순수한 조국애로 뭉치는 동안 1세들은 무엇을 이루었는가. 월드컵 후원회로 싸우고 한인회장 선거로 분열되지 않았던가. 크고 작은 행사마다 잡음이 없었던 적이 있었는가. 최근에는 곳곳에서 2세와 부딪치는 소리도 들린다. ‘1세가 만든 사회’ ‘1세가 만든 단체’라며 기득권을 주장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롤랑 부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자유여, 너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가 범해졌는가"하고 외쳤듯이 "1세들이여, 당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가 한인사회에 범해지고 있는가"하고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가 이민사회를 만들었다고 과시하는 것은 붉은 함성 앞에 염치없는 일이다. 신대륙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그들은 말없이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월드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무한 가능성의 신대륙에 한인 중흥의 깃발을 세워야 한다. 그들은 더 이상 변방 소수민족의 아들이 아니고 한국의 외국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한인사회와 미국의 주인공이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과 신뢰를 주자. 한인사회를 발판으로 이 땅의 주인이 되도록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주저하지 말고 맡겨야 한다. 모두를 맡기고 그들 스스로 실패의 잔을 향기로운 성공의 잔으로 지혜롭게 바꿀 수 있는 길을 터득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가슴속에 붉은 함성의 정열과 뜨거운 조국애가 있는 한 한인사회의 앞날은 창창하리라 확신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4강전의 메시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에게 무한한 꿈을 주었던 월드컵의 불씨를 꺼지게 해서는 안 된다.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월드컵의 기억들을 한인사회 중흥의 길로 만들어보자. 신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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