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중반을 넘으니 옛날의 일이 떠올라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 후회스러운 일도 있는 반면 아름다운 추억도 있다.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에 내가 살아온 보람도 느끼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수록 정신적으로 살찌는 것 같다.
머리는 하얗게 됐을 망정 마음만은 젊다. 그래서 고등학생 시절 그리워했던 여학생을 생각하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 당시엔 눈물, 콧물 흘렸을 터인데 말이다. 고교 졸업하자마자 수도회 사제가 되겠다며 입회했다가 어머니가 보고싶고 힘들어 뛰쳐나왔다. 그리고 또다시 제대 후에 수도회에 지망 했다.
체질상 나는 특수부대 공작요원으로 뽑혔으면 신바람 나게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수도생활 규율로 인해 여러 번 몸살이 났었다. 그리고 화병도 생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적응해 나갔다. 수련기 땐 무궁화 갱생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리고 여름방학 때는 한 달 간 소록도 나환자촌에서 봉사했다.
무궁화 갱생원이란 행려환자들을 돌보는 곳이며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이기도 했다. 매일 2~3명씩 돌아가시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중년부인이 오셨는데 나는 이 환자와 눈이 마주쳤다. 다루기 아주 힘든 환자였는데 나는 다가가서 웃으며 인사하고 우선 머리부터 감겨 드렸다. 이가 득실거렸다. 너무 더러워 샤워를 하게 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혔더니 딴 사람으로 변했다. 그 부인이 3주만에 돌아가셨을 때 너무 슬퍼서 따라가고 싶을 정도였다.
그 환자는 마지막 3주 동안 갱생원에서 머물면서 인간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돌아가셨다. 나는 지금도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수도회를 떠날 때 불쌍한 사람들을 남겨두는 것이 마음 아팠다.
수도회에서 나온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내가 다시 수도회에 입회한다면 정원에 물주는 임무를 맡아도 기쁠 것이다. 지금 내가 아버지가 돼서 기쁜 것처럼 말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울 적에 아름다운 추억이 떠올라 인생은 즐겁고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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