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처를 향해 차를 몰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울려 나오는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의 연설을 들었다. 과연 한국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위한 연설인지 아니면 전적으로 민주당 흠집을 들춰내기 위한 비방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부정,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40년 이상 이를 방조해 온 집권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은 입이 열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 이전 국가경제까지 거덜 내고 IMF 위기로까지 몰아간 장본인인 한나라당이 과연 어느 누구를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김대중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것은 경제를 IMF라는 심각한 위기로 몰아간 한나라당의 책임추궁을 하지 않고 슬쩍 넘어간 것이다.
LA 타임스가 지적했듯이 한국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김 대통령은 세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가난한 북한 동포에게 막 퍼준다고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과거 선거 때 북한에 총 쏴 달라고 요청했던 군부독재의 후신인 한나라당은 그럴 말 할 자격이 있는가.
군사독재 아래 바른말 한 마디 못하고 쉬쉬하면서 대부분이 공포 속에 살고 있을 때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투사들의 피와 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많은 것을 누리며 산다. 이들은 고문, 학대,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김 대통령의 불구는 우리 못난 역사가 만들어낸 상처다.
한국 법이 공정한가도 의문이다. 이회창 후보와 관계된 총풍, 세풍, 아들 병역비리, 아파트 문제 등이 제기되었지만 지금 김대통령 아들 비리처럼 철저하게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법 집행과 보도에 형평성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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