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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올 여름엔 극장을 내 집 드나들 듯 한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어떻게 여름을 지내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돌아오는 대답이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하루종일 집에서 지내면서 입만 열면 나오는 말이 “심심하다”“지루하다”이다. 며칠에 한번씩은 어디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야 하는 데 그중 만만한 곳이 극장이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용 영화가 많이 개봉되어서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극장을 찾다 보니 거의 한주에 한번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아이들 영화가 많아서 여름방학을 한결 수월하게 보내는 측면도 없지 않아요. 영화 값도 만만치는 않지만, 그만한 돈 들여 그만큼 아이들에게 나들이 기분 내줄수 있는 곳도 없으니까요”- 초등학생 남매를 둔 한 주부의 말이다.
금년은 할리웃 사상 PG/G등급 영화가 가장 많이 개봉된 해로 기록된다. 지금 상영중인 영화만 대충 꼽아도 ‘릴로와 스티치’‘컨트리 베어스’ ‘스파이 킷 2’‘스튜어트 리틀 2’등 예닐곱편. 연초부터 이제까지 15편의 어린이 영화가 개봉되었고 연말까지 8편이 더 나올 예정이다. 이것은 지난해 보다 10편이 더 많은 것이며 9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거의 5배가 늘어난 숫자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기억에 남는 어린이 영화가 1년에 한두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분위기이다. 한국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심심찮게 수상할 만큼 뜨고 있음에도 불구, 아이들과 같이 볼수 있는 가족영화는 거의 전무한 분위기와도 뚜렷이 구별된다.
할리웃이 왜 갑자기 PG/G 등급 영화 제작에 힘을 쏟고 있을까. ‘어린이들을 사랑해서’ ‘가정의 가치를 존중해서’는 물론 아니다. 어린이들이 몰고 오는 돈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오면 부모가 보호자로 따라 오고, 부모가 오면 돈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간파한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최고 흥행작 3편은 모두 어린이 영화들이었다. ‘해리 포터’‘슈렉’ ‘먼스터 Inc.’ 등으로 박스 오피스 수입만 각각 3억달러 전후이다. 올해 개봉된 ‘릴로와 스티치’‘스쿠비 두’도 이미 1억달러를 돌파한 상태이다. 4인 가족을 예로 들 때 R등급 영화는 부부 2명만 관람가능한 반면 어린이 영화는 4인가족 전원이 볼수 있으니 티켓 판매가 배로 늘어나는 간단한 원리이다.
할리웃의 근본 의도야 어떠하든 가족영화 붐 덕분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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