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후속테러 피로증후군에 빠져 있다.
지나치게 조여 오히려 탄성을 잃어버린 피아노 줄처럼, 연이어 발동된 테러경보로 심리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외부 자극에 느슨해져 버린 것.
9·11 참극의 후폭풍으로 사정없이 조여든 긴장감은 “후속테러 가능성이 100%”라는 정부 고위당국자들의 잇따른 공개 발언과 아프간 전쟁, 탄저균 테러 등으로 한동안 증폭을 거듭했다.
테러참사 발생 직후 연방정부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핵테러였다. 지난해 10월 초, 연방수사국(FBI)은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입수, 뉴욕으로 밀반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그러나 구체적인 후속테러는 백색가루의 형태로 다가왔다.
2001년 10월2일, 플로리다주 보카라턴에서 암베리칸 미디어그룹의 사진편집자인 로버트 스티븐(63)이 우편물에 담긴 탄저균 분말을 들이마시고 숨진데 이어 NBC 방송국, 뉴욕포스트 등 언론사를 비롯, 의회와 국무부로 탄저균 우편물이 날아들었고, 전국은 탄저 공포로 진저리를 쳤다.
정부는 범인 색출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사건발발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 단 한명의 용의자도 체포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탄저균 테러로 숨진 사람은 5명, 감염자는 12명에 달한다.
탄저균 공포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10월11일과 10월29일, FBI는 핵시설물과 대형 트럭을 이용한 폭탄테러, 경비행기를 이용한 세균살포, 상수원에 대한 독극물 방출의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가며 두 차례의 경계령을 발동했고 12월3일에는 신설기관인 조국안보국이“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대규모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그러나 연방당국의 ‘예고’는 다행히도 번번이 빗나갔다. 그러나 이처럼 ‘헛경고’가 연발되면서 대중의 후속테러 피로증도 점점 깊어져 갔다.
결정타는 11월1일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가 “2~7일에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베이 브리지, 샌디에고의 코로나도 브리지 등을 대상으로 한 차량 폭탄테러 음모가 있다”는 정보 당국의 미확인 첩보에 근거해 이곳에 주방위군을 전격 배치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성급한 경계령에 대한 비난이 가중되자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은 빨강, 갈색, 주황, 오렌지, 노랑 등 색깔로 표시하는 5단계 경계제를 제시했다.
현재 미국은 3단계 경계상태에 처해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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