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조명이 은은하게 내리비치고 있는 80석 규모의 작지만 아늑한 소극장. 한 사람이 무대에 서서 한 시간 남짓 공연을 진행하기에는 조금 커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언제 흘렀는지 느끼지 못할 만큼 그녀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한인 2세 코미디언 티나 김이 21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저녁 7시와 8시 30분 두 차례에 걸친 공연 모두 관객들이 극장 통로에 서서 관람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은 오후 8시 50분쯤 그 흔한 음악도 없이 그녀는 느닷없이 무대 위로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오늘 얼굴들이 다 어두워 보이네요 무슨 일이 있나봐요. 아하, 조명이 어두워서 그렇구나" 이렇게 그녀는 약간은 긴장된 자신과 관객들을 편안하게 이끌어나갔다.
티나김 쇼의 주제는 도너츠부터 셀폰, 권투, 동성애, 인종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남녀간의 데이트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랐다. "데이트 후에 잘생긴 남자가 연락을 안하면 괜찮지만 못생긴 남자가 연락을 안 하면 정말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겠어요" 관객 모두가 공감하는 듯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가 코미디계에 들어선 계기와 그간의 힘든 과정을 이야기 할 때는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녀의 걸쭉한 입담은 마음 아픈 이야기마저도 웃어넘길 수 있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웃고 즐기는 사이 벌써 시간은 저녁 10시를 훌쩍 넘어버렸다. "너무 아쉽네요. 그럼 궁금한 거 몇 가지만 물어보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질문공세 속에서도 그녀는 재치있는 말솜씨로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뒤로 한 채 공연을 마친 티나김을 무대 밖에서 만났다.
"내년에 헐리우드에 도전 할 거예요. 그곳에서 스타가 되어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집 하나 장만했으면 좋겠어요" 작지만 소박한 그녀의 꿈이다.
<조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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