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가에서 며느리들만 초대하고 싶은데 오시겠지요? 대전에 사시는 첫째 형님, 기어서라도 온다고 기염이다. "삼청각 거기 아무나 못 가는 데야" 둘째 형님은 나만 보면 잘해 줄려고 애쓰고 그러니까 내가 특별 초청한다는 말에 미국동서는 만능인줄 안다. 셋째는 항상 자기가 일순위이어야하고 먼저이어야 하는데 마침 집에 없어 시숙에게 알리게 되니 코대답 안 들어서 좋고 다섯째는 모임만 있다하면 30분도 좋다고 늦으면서 미안하지도 않다.
이번에는 셔틀버스를 놓치면 택시 타고 와야 한다고 못을 박았더니 너무 일찍 와서 한 잔에 8천원하는 커피 값까지 손해 보아왔다. 막내는 늘 형님들이 자기를 멸시한다는 피해 망상증 환자, 맨발에 뒤축 없는 구두만 끌고 오지 말라고 일러주었다.
삼청각, 이곳은 내가 서울에 살 때 준공했으며 7·4 남북 공동성명 직후에 적십자 대표단의 만찬은 베풀었던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그동안은 국빈의 접대와 정치적 회담을 위한 고급 요정으로 운영되어 일반인에게는 배타적인 이미지를 주어 왔지만 작년에 서울시에서 인수, 일반시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전통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곳이다.
집안이 모일 때마다 여자들은 따로 앉아 먹고 주로 부엌에서 서성이던 그 풍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반기를 들고 며느리들만 불러 돈 좀 쓰기로 했다. 아니 그것보다는 유아교육도 테이블매너부터 시작되는 요즘 세상에 잘 먹고 잘 살면서도 아직껏 보리 고개 시절의 매너에 머물고 있어 오늘은 교육 좀 시켜보고 싶은 내 특유의 기질도 가미되었다. 마침 한식당 ‘아사달’은 서울 프라자 호텔 직영으로 양반음식의 호젓함을 느끼게 하는 전통 한정식이 양식의 디너코스처럼 나오기 때문에 주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자기 젓 자기만 먹기, 많다고 남 들어주기 없기입니다" 둘째는 내 눈치만 보면서 먹고 막내는 드디어 다섯째의 옥돔구이 남은 대가리가 먹고 싶다. "몰라, 나는 달라고 해서 줄뿐이니까…" 탁 트인 서울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청다원에서 솔잎차를 즐기던 그녀들의 인사 "미국동서 덕분에 양반집 며느리 된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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