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에 내 이름은 "문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호적등본에는 일본식 이름인 "분기찌"로 되어 있어 줄곧 그 이름을 쓰고 있지만 달갑지 않다. 그래서 "하소"라고 이름을 지어서 친구 사이나 간혹 글을 쓸 때 사용했다. 그런데 이름을 지어야 할 일이 생겼다.
결혼한지 거의 이십 년이 지나서 이란성 쌍둥이 아들을 얻게 되었다. "장"씨 성은 바꿀 수가 없었고, 돌림자 "제"자도 바꾼다는 생각을 못하고 보니,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이름 석자 중 한자에 불과했다. 큰아들은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복으로 알고 "은"자를 주어 제은이라고 했고, 둘째 아들은 내가 사용해 보지 못한 "석"자를 따서 제석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다음의 과제는 서양식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니 영어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였다. 각종 이름을 놓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마땅하지 않았다. 아무리 미국에서 났더라도 기존의 서양 이름을 붙이자니 무엇인가 앞뒤가 맞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Tom이라고 부른들 한국인 얼굴 생김새에 그 이름이 과연 어울릴지 의문스러웠다. 그런데다가 한국에서는 서양식 이름을 집에서 기르는 짐승(예를 들면 개)에게 붙이는 사람도 있다니, 불쾌감이 더 했다.
곰곰이 생각한 나머지, 한국식 이름을 영어 단어로 바꾸는 것이 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아들은 하나님이 은혜로 주셨으니 기쁨과 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Bliss라고 했고, 둘째 아들은 "석"자가 빛난다는 의미여서 Bright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서양식 이름이 첫 이름, 한국식 이름이 가운데 이름, 그리고 성을 붙이니 사뭇 만족스러웠다. 흔한 이름이 아니여서 그런지 이름을 지은 내력을 물으며 이름이 참 좋다고들 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작명하는 곳이 있어서, 각종 미신에 의거, 이것은 좋은 이름, 저것은 나쁜 이름이라고 해서, 돈을 받고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바꿔주기도 했다. 천차만별의 인생들이 복 있는 이름을 갖겠다고 작명가를 찾았는데, 그 중에는 기독교인도 허다했다고 한다. 샤머니즘의 생활화라고 할까. 하기사 나처럼 이름을 짓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샤머니즘의 일부도 사라지리라.
알라바마 주립대 특수학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