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으로
이어진 30여년
고학과 독학
역경의 삶 귀감
‘미국 스몰 비즈니스 창립 가이드’라는 타이틀로 프랜차이즈 소개책자의 집필을 마친 CPA 김영신씨(43)는 동부지역 한인들 사이에 한때 회계사 신문배달부로 통했다.
그가 한국과 미국에서 살아온 40평생의 삶은 파란만장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 때 부친이 사망하는 바람에 고등학교에 진학 못했다. 서울로 올라와 공장에 다녔는데 “학교가 그렇게 가고 싶더라”고 한다. 길가 전봇대에서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곳이 신문보급소였다. 그러나 당시 신문보급소라는 곳이 불량소년들 집합소여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됐다. 1년 만에 귀향해 미장이 일을 배우고 있는데 다행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형들이 일자리를 잡으면서 집안 형편이 나아졌다.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다.
종로2가 독서실에서 숙식을 하며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한 끝에 6개월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다시 5개월 동안 공부를 해 예비고사에 합격, 충북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졸업후 대기업에 취직이 됐으나 공부를 더하고 싶었다. 영어를 공부하며 미국 유학을 계획했다. 동갑내기 아내 김영희씨를 만나 열애 끝에 결혼, 무일푼으로 유학 길에 올랐다.
1990년 8월 도미, 라번대학 MBA 과정에 입학했는데 봉제공장, 신문배달, 루핑, 페인팅 등등 한인 이민자들이 흔히 하는 막일은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힘들게 공부했다.
4.29폭동이 나던 해는 루핑회사에서 일했다. 흑인타운에 있던 창고를 가보기 위해 사장과 함께 길을 나섰다가 폭도들 속에서 죽음의 위협을 몸으로 느꼈다. “왓츠폭동 후의 유대인들처럼 우리 한인들도 이민생활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실감했다. 책을 준비하게 된 계기였다. 이민자인 한인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소매업은 프랜차이즈라는 생각에서 프랜차이즈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을 쓰기로 했다.
김씨가 CPA가 된 것은 전혀 우연이다. 미국 온지 1주일만에 한 한인 CPA를 만나 미국사회 직업으로서 CPA의 장점에 대해 듣고 대학에서 선택과목을 CPA 자격취득 필요과목을 택했다. 공부하며 돈벌며 하다보니 자연 졸업이 늦어지게 됐고 그같은 사실을 대학 측에서 이민국에 연락하는 바람에 졸업 3개월을 남겨놓고 출국 통보를 받게 됐다. 타개책으로 생각한 것이 CPA 시험이었다. 학원에 등록을 하고 한인 수강생들을 찾아 도움을 받았다. 주위의 도움으로 이민국 문제도 해결이 돼 학교를 졸업하고 CPA 시험도 합격한 것이 1996년이다.
그러나 CPA 시험만 합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던 것은 착각이었다. 한인 CPA 사무실에서는 그를 채용해 주는 곳이 없었고 미국 회계법인에서는 그의 노크에 응답조차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 밴을 마련해 생선을 팔고 다녔는데 장사에 소질이 없어 잘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국일보 보급소장의 권유로 신문배달을 3년 동안 했다. 일 자체는 힘든지 몰랐지만 “저 친구 CPA 자격증도 있다면서 신문배달을 하느냐”는 의혹 어린 눈길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역경을 헤치고 99년 1월8일 다이아몬드바 한남체인 인근에 사무실을 오픈했다.
현재 몇몇 출판사들과 출판계약을 협의 중에 있는 김씨의 저서는 ‘미국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좋은 프랜차이저 고르는 요령’에서부터 계약 및 협상요령 그리고 신청절차 및 구비서류에 이르기까지 프랜차이즈에 관한 모든 것을 300여쪽에 걸쳐 담고 있다. (909)595-0054.
<박덕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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