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현장에서
민주당 노무현후보의 승리는 모든 신문과 방송 TV의 예상과 추측을 뛰어넘은 기적의 드라마 였다.
정몽준이 노무현지지를 철회하고 난후 각 언론사는 하나같이 이회창 후보의 압승을 예고하며 재미없는 선거가 될것으로 내다 보았다. 어느 신문사 논설위원들과 투표날 점심을 함께 했는데 “이회창 당선 사설을 미리 써놓아도 괜찮을걸” 하며 정몽준의 어이없는 행동이 이번 선거의 스릴을 김뺏다며 그의 폭탄선언 배경에 대해 화제의 꽃을 피웠다.
돌아 다니는 소문은 이렇다. 정몽준은 노무현과의 마지막 담판에서 국정원장, 외교통상부 장관, 국방장관, 통일원장관 추천을 자신에게 달라고 했으나 노무현은 국방장관은 안된다고 한 모양이다. 대통령이 군통수권자인데 그 자리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양보하느냐, 말도 안된다고 하니까 정몽준측에서 그러면 장관임명 추천권 준다는 것을 각서로 써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노무현은 “내가 대통령 안하면 안했지 그런 짓은 할수없다”며 한마디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두사람의 불협화음은 여기서 시작되어 마침내 정동영의원을 유세단상에 자꾸 올리는데 화가 난 정몽준이 결별을 선언하게 된 모양! 이다. 어쨋건 정몽준의 이탈은 노무현의 혹을 때어준 셈이 되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투표당일 오후 1시까지도 이회창이 출구조사에서 리드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후 2시쯤 여론조사전문가인 어느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거판세가 달라질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인터넷에 들어가 네티즌들이 무얼하고 있는가 한번 보라는 것이다.
‘오마이 뉴스’등 네티즌들의 트래픽이 심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노무현을 구하자”는 구호와 함께 투표장으로 사람을 보내달라는 호소가 줄을 이었고 권영길후보 지지자들에게도 노무현지지로 바꿔달라고 호소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그후 오후3시부터 젊은층의 투표가 늘어나기 시작해 출구조사에서 노무현이 리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몽준의 폭탄선언으로 인한 노무현 위기의식은 네티즌 뿐만 아니가 호남유권자들의 결집을 초래해 광주의 투표율이 전국최고인 77.7%에 이르게했다. 노무현과 이회창의 득표율은 전남이 93.4%대 4.6% , 전북이 91.6%대 6.2%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이회창후보는 자신의 아성인 경북과 경남에서 노무현후보와 호남처럼 한자리 숫자의 차이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게다가 서울과 경기, 충청에서 뒤떨어진 것이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날씨가 좋으면 이회창이 이기고, 날씨가 나쁘면 노무현이 이긴다”고 했었다. 날씨 좋으면 젊은층이 놀러가기 때문에 투표율이 떨러 지는 것을 고려한 예측이다.
투표당일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맑게 개인데다 따뜻했으며 이에따라 투표율도 굉장히 저조해 70.8% 라는 역대 대선에서 없었던 최저수치를 나타냈다. 누가봐도 이회창 승리였다. 그런데 이와같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노무현이 승리 했으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정몽준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안고서도 말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아성이라 치고- 노무현은 어떻게 전국 10개 시도에서 이회창을 리드할수 있었을까. 노무현의 개인적인 인기? 카리스마? 민주당의 조직? 이회창에 대한 실망? 그게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세대교체 였다. 부정부패 척결이 아니라 낡은 정치 청산이였다. 젊은 사람으로 바꾸어 새 정치 해보자. 이것에대한 바램이 간절하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느낄수 있었다. 노무현이 이뻐서가 아니다. 젊은층을 대변하는 노무현을 뽑으면 이모든 사회구조 개혁이 가능 하리라는 젊은층의 기대가 강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이와같은 민심을 읽지 못해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젊은 세대의 등장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민주당의 재집권이 아니다. 새시대의 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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