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신생팀으로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애나하임 에인절스의 역사는 실패의 아픔과 좌절로 점철된 쓰라린 기억들의 연속이었다. 41년에 걸쳐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이겨보지 못했고 LA 다저스의 인기에 눌려 안방에서조차 항상 2번째로 밀리는 찬밥신세였던 세월. 하지만 창단 42년째를 맞은 2002년 에인절스는 만인의 예상을 뒤엎고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르며 40년 넘게 쌓인 설움을 한방에 깨끗이 날려보냈다.
시즌 시작 전 마이크 소샤 감독의 지휘아래 똘똘 뭉친 블루칼라 팀 에인절스의 전망은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 전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 그리 밝지 못했다. 2001년 116승을 따낸 시애틀 매리너스와 102승을 거둔 오클랜드 A’s와 같은 아메리칸리그(AL) 서부조에 속해있어 75승을 따내는데 그쳤던 에인절스가 이들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걸출한 수퍼스타는 없어도 투지로 뭉친 선수들의 활기 넘치는 플레이와 한 번 찬스를 잡으면 놓치지 않고 물고늘어지는 응집력과 투지, 적극적으로 승기를 만들어나가는 소샤 감독의 용병술이 절묘한 합작을 이룬 에인절스의 저력은 놀라왔고 과거의 악연은 더 이상 그들을 막지 못했다. 시즌 중반이후 매리너스-A’s와 3각 구도를 형성한 에인절스는 후반 A’s의 눈부신 연승가도에도 불구, 페넌트 레이스에서 페이스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1년전 AL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던 매리너스를 조 3위로 밀어내고 와일드카드로 16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뛰어들었다.
에인절스의 돌풍은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포스트시즌의 황제’ 뉴욕 양키스를 난타하며 1패 뒤 3연승으로 시리즈를 따내는 파란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또 다시 1차전 패배 후 내리 4연승을 거두고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무대에 진출한 에인절스는 슬러거 배리 본즈가 버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숨막히는 혈전을 펼친 끝에 4승3패로 승리, 감격의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특히 2승3패로 벼랑끝에 몰린 6차전에서 7회까지 0-5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은 것은 승부의 분수령이었고 ‘디즈니 매직’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월드시리즈의 하일라이트였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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