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달려온 한해가 종착역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며칠 후면 2002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2003년이라는 새해가 탄생한다. 저무는 해와 떠오르는 해를 동시에 바라보는 야누스의 계절에 우리는 서있다.
2002년은 밝고 활기에 넘친 해는 아니었다. 9.11 참사 이후 가속이 붙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국내외적으로 경색된 기류를 형성하였다. ‘테러와의 전쟁’ 정국이 시시각각으로 이민자들의 목을 조였고,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은 1년 내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북한이 ‘악의 축’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북미 관계는 얼어붙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한의 대미 감정 또한 격앙되면서 미국에 터를 잡고 사는 우리는 수시로 좌불안석의 경험을 하여야 했다.
미 국내적으로는 연이어 터진 가톨릭 사제들의 성추행 스캔들이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라는 근원적 불신을 조장하였고, 대기업들의 회계비리 파동은 ‘미국은 그래도 원칙이 있는 나라’라는 신뢰감을 뿌리째 흔들어놓았다. 한인사회에서는 올해도 성실하게 일하던 가장들이 일터에서 강도의 총에 잇달아 희생되었고, 이민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되어 온 가정불화는 마침내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초래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 이 모두를 뒤로하고 2002년의 끝에 서있다.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지붕 아래에 모였고, 생업에 매여 소원했던 친지들과도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그러면서 확인하는 것은 사람은 성취가 아니라 나눔으로 행복에 도달한다는 사실이다. 사랑을 나누고 소유를 나눔으로써 한해동안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받은 상처들을 위로 받고 새해를 새롭게 시작할 새 희망을 얻고 있다.
며칠전 LA에서는 평범한 자영업자 부부가 11명의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 나눔의 모범을 보였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 젊은이들의 학업에 보태짐으로써 미래를 여는 희망으로 승화되었다. 우리 주위에는 나눔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담요 한 장이 없어 추위에 떠는 무숙자들, 전화 한 통이 아쉬운 외로운 노인들, 강도의 총격에 가장을 잃고 삶이 막막한 가족들, 불치의 병으로 투병중인 환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한줌의 양식이 없어 굶주리는 북한의 동포들… 가족과 친지로 국한되었던 나눔의 울타리를 활짝 열 필요가 있다. 일방주의의 경색된 정국과 침체된 경제를 넘어서는 길은 사람과 사람간의 따뜻한 사랑뿐이다. 이 해가 가기 전에 나눔을 실천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