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운 한식당이 뉴욕의 건축매거진에 의해 올해의 모델로 뽑혔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이 소식에서 상당한 가능성과 여운을 맛본다.
토종 타운산이, 뉴욕과 멀리 아이슬랜드의 ‘쿨’한 식당 등과 함께 당당히 멋진 식당으로 뽑혔다?
갈 곳은 술집과 노래방 뿐이라며 문화의 불모지 취급받던 게 타운 아니었나? 서울서 온 한 식당 주인한테서 들은 일화가 자꾸 이 소식과 함께 오버랩 된다.
타운에 미주 1호점을 내러 준비중이던 그는 숱하게 들은 말이 “돈 들여 멋지게 꾸미면 틀림없이 망한다”는 거였다고 한다. 충고랍시고 “적당히 향수 자극하면서 광고나 뻥뻥 때리는 게 수”라는 사람도 있었다.
지인들에게 “타운 한번 나오시죠”라고 하자 “우린 타운엔 안나가요”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그는 비애를 넘어 울분을 느꼈다고 했다.
‘멋들어진 식당은 망해, 줄기차게 음식만 팔아도 손님은 와, 인테리어나 서비스 따위 좀 날림이면 어때, 타운은 원래 어딘가 좀 그래, 성공하면 주류사회에 묻혀 살지 타운엔 왜 나가?’ 하는 말들은 기막히지만 영 들을 수 없는 말들은 아니다.
“두고보세요. 주류 사회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게 만들어 꼭 성공해 보일 겁니다”라는 이 식당 주인은 몇 달째 선셋과 멜로즈, 베벌리힐스, 웨스트LA 일대의 식당과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눈높이 공부 중이다.
문제는 긴 안목이라는 생각이다. 투자한 만큼 뽑아내면 되지 않을까. 업소 환경이나 음식 맛, 서비스는 개선하지 않고 ‘우리가 남이가’에 적당히 기대며 손님들이 타운에 와 주길 기대하는 건 이상한 발상이다.
이 식당 주인의 고민은 또 있다. 서울 본점에서 식사 후 떠나는 손님 차에 대고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자 “너무 친절해서 불편”하다는 반응을 들었다며, ‘타운에서 그러다가는 왕따 당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새해엔 건축미가 아름다워서 회자되는 식당, 너무 친절해서 불편한 식당들이 많이 생기길 기대해본다.
김 수 현<경 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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