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비행기에 몸 실으면 어미새 둥지 찾을 터인데 그리움은 둥지를 잃고 눈물고인 눈꼬리에 햇살도 지친 듯 가슴 골짜기에 새겨진 망향 갈수록 더 짙게 끌어들인다.
수많은 새벽들이 사라져버린 이국. 외로움으로 속절없이 떨고 있을 때 안아주던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늦은 오후엔. 둥지는 등불이었다. 때로는 등대가 되어주었다. 고향길 쳐다보며 토닥거려 일구어낸 날으려는 의지. 어미새 둥지가 너무 낯설어질까, 외면 받지 않을까, 지레 두려워 하늘이랑 구름도 고향내음 실어오던 바람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으면 싶다.
어미새가 이미 둥지를 떠났기 때문일까. 하루를 다 탕진하고 늦은 오후에 당도한 조바심. 품안의 자식들 다 제 갈길 떠나고 삭아버린 뼈와 살이 신기하게 붙들고 서 있다.
오가는 소식 다 지쳐버리고 봄바람에도 눈에 어리는 물기가 삭풍 바람에도 여전하며 남은 건 여윈가슴 연한 온기뿐. 봄말의 선한 미풍이 고운 눈짓 보내던 그날들도, 숯불처럼 잉얼대던 한 낮같던 젊은 열전도, 스산한 바람이 뜨거웠던 계절을 식혀주며 고운 열매를 맺고 황홀한 단풍으로 못입던 노을 빛 계절도 천천히 사라져 가더니 어느덧 저녁으로 접어드는 늦은 오후가 되어버렸다.
에미 품안 파고들던 가슴 뛰는 기억들 다 무심히 흘러가고 하루하루 한 발자국씩 새 하늘을 향해 조금씩 가고 있음이여. 뒤돌아본 걸어온 길 참으로 아름다웠네하고 말할 수 있어야지.
아름다웠던 하루를 걷어들이기 위해 따뜻한 가슴들을 만나야겠다. 가슴을 열고 고단했던 여정 곱고 단정한 뒷 모습 남기자고 밤새워 얘기하고픈데 누구도 이젠 한번쯤이라도 뒤돌아 보아주지 않는다.
늦은 오후엔 오수가 밀려들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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