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는 동네이면서 너무나 모르고 있는 동네가 서울 인사동이다. 인사동은 그 옛날 인사동이 아니다. 지금 가서 한번 돌아보면 완전히 변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괄목’이라는 단어는 인사동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언어다.

오늘의 인사동 골목은 과거만을 추억하는 거리가 아니며 골동품 가게의 대명사가 아니다. 미래의 한국 문화를 상상할 수 있는 한국 전통의 재탄생 거리이며 우리 문화 교육의 장, 계몽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볼거리만 있었으나 지금은 먹거리에 축제마당까지 펼쳐져 사람들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해마다 인사동에 들렀지만 지난 2년 사이 몰라보게 발전한 것 같다. 이는 시 당국과 문화단체의 후원으로 지난 2000년 가을 인사동 재단장 작업이 이루어지면서부터다.

인사동을 느끼려면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구경해야 한다. 전통 찻집에서 십전대보탕을 맛볼 수 있는가 하면 초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진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도 마실 수 있다. 빈대떡에 동동주를 마실 수 있는가 하면 프랑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인 고급 레스토랑도 있다. 고서를 찾는 대학교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찻집에서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이 인파를 이루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과 가장 서양적인 것이 함께 숨쉬는 곳이 인사동 골목이다.이곳에는 고미술관이 42군데, 현대미술관이 61군데, 공예, 도자기 전시장이 62군데나 된다. 미술감상만 해도 3일은 걸린다. 사실 명동이나 소공동, 압구정동이나 논현동 모두가 서양화된 거리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것이 한국의 전통문화다”라고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 서울의 실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사동에 외국인을 데리고 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황홀하지 않으면서도 화려하게 꾸며진 가게들은 과거의 전통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이조 때 광혜원(서민병원)으로 쓰이던 한옥이 지금은 ‘로마네 꽁띠’라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꾸며져 있으며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모던 인테리어로 내부가 장식되어 있다. 주인에서부터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프랑스 유학생 출신이며 와인 리스트도 화려하다. 레스토랑 한편에는 성남훈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동서양 조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 자네 왔는가’ ‘머시, 꺽정인가’ ‘지화자 좋다’ ‘함께 있어 좋은 사람’ 등 찻집과 음식점 이름에 한국 냄새가 물씬하고 여기서 파는 전통 차는 보통 것과는 좀 다르다. 음식점도 시인 박중식씨가 경영하는 ‘툇마루집’(된장국 전문인데 홀 가운데서 피아노 연주도 한다), 방송인 전유성씨가 주인인 ‘학교종이 뗑뗑뗑’, 유명한 국악인 주인 부부가 공연하는 식당 ‘아리랑 민속관’ 등 경영인 자신이 문인이나 예술인인 경우가 많다.

고서점 중 가장 유명한 곳은 3대째 70년간 하고 있는 산기 이겸로 선생의 ‘통문관’(사진)이며 인사동의 얼굴이기도 하다. 외국 손님을 초청해도 손색이 없는 한식집으로는 ‘두레’ ‘이조식당’(조금 비싸다)이 있고 반찬 잘 하는 밥집은 ‘우정’ 등이 있다.

미국에서 코리아타운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인사동을 구경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미주 한인들이 서울가면 인사동은 저녁에 꼭 한번 구경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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