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가족도 새해가 되면 신년결심을 한다. 올해 남편과 아들의 결심은 똑같이 ‘살빼기’다. 작년까지만 해도 성경읽기라든지, 독서를 많이 하겠다는 등 정신적인 결심들도 있었는데 올해는 모두 내놓고 육체적이다. 그만큼 상태가 급한 것이다.
한때 내 체중의 두배를 육박했던 남편과, 열두살밖에 안됐으면서 나보다 30여 파운드 더 나가는 아들은 확실히 과체중이다. 둘다 먹고자하는 욕구가 대단하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살이 안 찌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그들의 먹성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여인을 상상해보라.
어떤 소녀의 기도중에 이런 대목이 있단다. “하나님, 저를 날씬하게 만들어주세요. 만일 그것이 어려우시다면 저의 친구들을 모두 뚱뚱하게 만들어주세요...”
날씬하고 싶은데 그것이 잘 안 되는 여성들의 심정을 대변한 우스개소리다. 아무리 날씬한 여자도 자기가 날씬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뚱뚱한 사람보다 더 살찔까봐 걱정하고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에 알던 잉꼬부부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부가 모두 집안 좋고, 인물 좋고, 성격도 좋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커플이라 매우 놀라웠다.
이유는 아내의 심각한 다이어트 때문이었다. 배우처럼 예쁘고 날씬해 부럽기 짝이 없던 그녀가 알고 보니 음식을 실컷 먹고 남몰래 화장실에 가서 모두 토해버리는 거식증 환자였다고 한다. 연애시절부터 그랬지만 결혼하면 나아지려니 했던 남편의 희망과는 달리, 증세는 병원에 입원할 만큼 심해졌고 임신조차 불가능해져 결국 헤어졌다고 한다.
다이어트에 관한 여자들의 노력과 고행은 3박4일을 이야기해도 다 못할 것이다. 종류도 많고 방법도 많지만 그에 반해 성공사례는 매우 드물다. 나의 의견으론 살빼기는 전적으로 먹는 걸 줄여야 성공하는 것 같다. 운동해서 빼겠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운동만으로 살을 표나게 빼려면 매일 1시간이상 새벽 별보기 운동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나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살이 안 찌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살이 안 찌는 사람이 어디 있나. 안 찌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뿐이다. 때론 내가 생각해도 눈물겨운데 진작에 다른 일에 이처럼 절제하고 인내했다면 벌써 대단한 인물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나도 젊은 시절엔 먹고 싶은 만큼 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 40을 넘기자 살은 나와 따로 놀기 시작해 내 맘대로 되어주질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저녁을 거의 포기한 사람이다. 아침도 빵 같은 것을 간단히 먹고, 대신 점심을 양껏, 먹고싶은 만큼 먹는다.
그렇다고 저녁을 완전히 굶는 것은 아니다. 초컬릿이나 아이스크림, 치즈, 과자등 평소 먹고 싶었으나 참았던 스낵을 저녁 대신 먹는다. 어떤 때는 그 칼로리가 식사보다 더 많을 때도 있지만 나의 경험으로는 같은 칼로리라도 밥을 많이 먹어 배부른 것보다 양이 적은 간식을 먹는 것이 살이 덜 찌는 것 같다.
하지만 항상 저녁을 거를 수는 없어서 저녁 약속이 있거나, 식사에 초대받거나, 회식이 있을 때는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먹는다. 또한 가끔 먹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여 식탐이 하늘을 찌를 때면 하루 날을 잡아 먹고 싶은 걸 실컷 먹는다. 그렇게 한번씩 식욕을 풀어주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정도 노력 없이 살을 빼겠다? 어떻게 살을 빼겠다는 방법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던 남편과 아들은 새해가 일주일이 지났건만 도무지 시작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시작은 커녕 오늘 저녁도 어찌나 많이 먹던지 밥이 모자랄 정도가 아니었나. 평소에 잘하지, 실컷 먹고는 언제 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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