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장갑차 압사사건으로 촉발된 본국민들의 분노가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로 타오르자 이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 속에서 미주 교포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억울하게 숨진 미선양과 효순양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본국에서는 연일 한달이 넘게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파’ 개정에 대한 미국측의 성의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일부 흥분한 본국 시위대와 네티즌들이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반미’(反美) 움직임에 미국의 일부 보수 강경파들은 역으로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반한’(反韓)적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적 논객인 윌리엄 새파이어의 지난 26일 칼럼으로, 그리고 6일자 시카고 선지에는 로버트 노박이 각각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기고문을 게재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9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도 기고문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반미주의자’라는 내용을 게재했다.
본지에도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독자들의 우려 전화와 기고가 속지하고 있다. 어떤 독자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한 목소리로 이럴 경우 "미국에 사는 우리는 누구편을 들어야 하느냐"고 걱정하기까지 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반미’와 핵개발, 그리고 ‘반한’ 등은 그 원인과 전개방향을 냉철하게 구분, 미주 한인들도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야한다고 본다.
우선 본국문제로, 한국인의 대다수는 무조건적인 ‘반미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를 미국인들에게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 사이에서도 있을 수 있는 문제이다. 이같은 지적을 놓고 상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본국의 ‘반미’운동이 벌어진 배경을 SOFA의 불평등한 내용을 적시해 미국인들에게 적극 해명해야지,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감정적 대응에 미국 교포라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당당히 "불평등한 조약을 고치자는 것이지 미군철수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전쟁위기에 대해, "이 기회에 북한을 부숴야 한다"고 흥분하는 것은 고국에 부모형제를 두고 온 교포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주 타임지는 표지인물로 김정일을 싣고,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남한 인구중 1백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분석기사를 카버 스토리로 다뤘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장을 단호히 반대해야 되지만 남한땅이 폐허가 되고 말 전쟁발발은 더욱 반대해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것과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는 것은 한인에게는 천지간의 차이가 있다. 미국에 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의식 속에 혹시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다행히 한·미간에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정책조율이 정부간 차원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반미’와 ‘반한’이라는 감정적 치유는 양국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미주 동포로서 우리는 세미나와 미국 언론에 대한 기고, 기자회견 등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촛불시위를 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생들은 반미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세미나를 가져야 한다.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가 본국인들의 반미시위 자제를 요청했다면, 똑같이 미국사회에 대해서도 한국민 다수의 주장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 미주 한인들은 친정과 시댁간의 오해를 며느리된 입장에서 화해시키려는 시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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