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버지니아 센터빌 도서관의 컨퍼런스 룸. 오후 4시30분부터 한인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초등학생에서 고교생까지 모두 5명. 가방에서 책을 꺼낸 아이들은 저마다 학교 숙제도 하고 책도 읽었다. 초등학교 3~4학년쯤 돼 보이는 한 아이는 동화책을 더듬더듬 읽어나갔다. 그러다 궁금한 게 생기면 옆자리의 선생님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선생님은 마치 과외교사처럼 아이들의 궁금증을 일일이 풀어주고 설명해준다. 그러면 아이들은“아하, 그거였네!"하며 무릎을 친다.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공부방이 지난해 4월부터 센터빌 도서관에 개설돼 화제다. 무료 공부방을 연 이는 임마뉴엘 침례교회 신영동 목사(47).
“미국에서 교육을 받으며 받은 많은 혜택을 교회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되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하나님을 알게되면 더 보람이고요."
신 목사는 85년 유학차 도미, 사이언스를 전공하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사우스 이스턴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따면서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인물. 지난해 4월 매나세스 28번도로 선상의 미국교회를 빌려 첫 목회활동에 나서자마자 공부방도 함께 시작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과외사역’.
공부방을 교회가 아닌 도서관에 개설한 것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게 하려는 배려에서다.
신 목사는 매주 목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2시간동안 학생들을 지도한다. 물론 완전 무료다. 현재 등록학생 수는 모두 10명. 영어가 서툰 이민 초기 자녀들이 많다. 소문이 나면서 9일에는 인도 출신 초등학생도 찾았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묻는 분야는 ESL과 과학, 사회 과제물.
“학교 수업시간에 문맥이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아이들이 많아요. 조금만 설명해주면 금방 이해합니다. 뒤에서 조금만 밀어주면 잘 나가는 수레처럼 아이들 공부도 그래요."
과제물 외에 공부방의 또다른 장점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는가 하는 방법론을 가르쳐 준다는 것.
강지웅군(임마뉴엘 크리스챤 스쿨 10학년)은 “사실 수업시간마다 문장을 이해 못해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공부방에서 보충설명을 해주고 길을 가르쳐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신 목사는 올해부터 은퇴한 영어, 사회 교사들을 자원봉사자로 확보해 일 대 일 지도도 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센터빌 인근 미국교회마다 편지를 보내 자원봉사자 도움을 요청해 놓았다.
공부방과 함께 신 목사의 교회에서는 지난 9월부터 음악 레슨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11시 기타, 풀룻, 바이올린을 시간당 10달러에 가르친다. 강사는 미국인 전문 교사진.
신영동 목사는“오늘 뿌린 작은 노고로 10년 뒤 아이들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며 공부방이 한인교회들로 확산되길 희망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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