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사회에 활발히 진출하는 게 모국을 돕는 길이다."
몇해전 방미한 김대중 대통령이 워싱턴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의 핵심은‘교민의 현지화’이다.
그러나 동포들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미국사회에 토착화 하기 보다는 모국으로 보내는 주파수에 더 비중이 실린다.
미 의원 선거보다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더 관심을 갖고 2년마다 한국에서 위촉장을 주는 평통 위원 자리를 향한 각축전이 치열하다. 본국과 직접적 연결을 갖는 단체들도 우후죽순 격이다.
비단 정치적인 성향뿐만 아니다. 한인마켓과 상점에는 건강식품등 한국 상품이 넘쳐나며 본국의 유행이 얼마 후면 한인타운에 등장한다. 이웃사촌인 미국인 가정들과의 유대는 뒷전이고 한인 커뮤니티나 교회에 더 열심이다. 심지어는 미국에서 일어난 소식도 한국 뉴스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하게 된다. 비디오 가게의 성업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발은 미국 땅에 딛고 있지만 머리는 온통 한국에 닿아있는 것이다.
이민 1 세들이 봉착하게 되는 언어적 한계와 문화적 이질감, 주변부적 삶이란 조건 때문이라지만 한인 1세들의 모국 지향성은 유별나다.
김휘국 동서문화연구소 소장은“이민자들이 계속 유입되는 현실에서 초기 모국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건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라며“10-20년이 지나야 언어, 문화장벽이 거의 해소되고 심리상태도 미국쪽으로 옮겨진다"고 말한다.
조지메이슨대 노영찬 교수는 “초창기 이민자들의 경우 향수의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한글 뉴스미디어의 확산이 한국적 사고와 가치관, 생활습관을 부추기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근본을 잊지 않으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원초적 본능에서 한인커뮤니티의 확장으로 한국식 생활에 큰 불편이 없어지는 만큼 주류사회에 적극 참가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류사회 진출이란 새로운 이민 1백년의 숙원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미 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힘이 약화된다는 문제점도 낳고 있다.
한편으론 세계의 벽이 무너진 글로벌 시대에 모국지향성을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한인사회 인사는“동포들이 비록 미국이란 생활권에 속해 살고 있지만 이미 국경이 사라진 정보화 사회"라며“모국만 쫓는 축소지향적이고 편협한 사고가 아니라면 모국에 대한 관심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처럼 2세 교육이나 민족문화 유산 계승 노력도 동포들의 조국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또 중국 화교들이 과거와 같이 그들의 모국인 중국을 중심 축으로 한 단순한 ‘中國’ 지향성이 아닌 ‘中華’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인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
노영찬 교수는“모국사회에 대한 동질감과 우리가 사는 미국사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필연성은 모든 이민문화권의 공통된 요소이며 그러한 이중성이 우리의 운명"이라며“모국 지향성이 더 창의적이고 독특한 이민문화 형성의 모티브로 승화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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