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철옹성이 흔들릴까.
세계골프의 ‘황태자’ 어니 엘스가 PGA 투어 2003년 시즌을 여는 하와이 2연전을 모두 휩쓰는 신들린 스타트를 끊자 ‘황제’ 타이거 우즈가 수년째 철옹성처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정상의 자리가 갑자기 주목대상으로 떠올랐다. 아직은 우즈의 1인자 위치가 흔들린다는 말을 할 시점이 아니지만 우즈가 무릎수술을 받고 잠시 쉬고 있는 사이 먼저 출발한 엘스의 치고 나가는 페이스가 너무 뜨겁다. 토끼도 낮잠만 자다간 거북이에 지는데 하물며 세계랭킹 2위의 ‘준마’인 엘스가 무인지경으로 치고 나가고 있으나 이를 지켜보는 우즈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우즈는 부동의 1인자였다. 지난 4년간 PGA 투어 상금랭킹과 스코어링 순위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라이벌조차 없었다. 마치 물 흐르듯 유연한 스윙과 스윙보다 더 부드럽고 유연한 성격으로 ‘빅 이지’(Big Easy)로 불리는 엘스도 US오픈을 2번 우승한 화려한 경력을 지닌 이제 33세의 전성기 선수임에도 불구, 우즈 때문에 다시는 정상 구경을 하기 어려운 선수로 분류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엘스의 외유내강 스타일은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그 누구보다도 선전하는 원동력 역할을 해왔다.
비록 그 역시 무수히 ‘황제골프’의 제물이 됐으나 2000년 머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우즈와 벌인 환상의 샷 대결을 비롯, 그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그가 졌다기보다는 우즈가 이겼다는 표현이 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2000년 3개 메이저대회에서 2위에 그치는 등 무려 5번이나 준우승을 하면서 만년 들러리, 또는‘황태자’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얻었으나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엘스의 저력은 항상 만만치 않았다. 우즈의 그랜드슬램 도전이 화제였던 때 메이저 연승행진에 제동을 건 선수는 바로 엘스였다. 1997년 우즈가 매스터스에서 경이적인 12타차 승리를 따낸 뒤 다음 메이저 US오픈 우승자가 바로 엘스였고 바로 지난해 우즈가 매스터스와 US오픈을 휩쓴 뒤 3번째 메이저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치켜올린 선수도 바로 그였다.
비록 우즈가 없던 시점에서 나왔지만 엘스의 뜨거운 출발의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골프를 호령해 온 호랑이가 올해 마침내 임자를 만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동 우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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