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사학과 3년만에 수석졸업
”수석 졸업은 스스로를 왕따 시킨 보상이다.” 연예인으론 사상 처음으로 대학교를 수석졸업(인문학부)하는 개그맨 겸 MC 정재환(42· 성균관대 사학과)이 조기, 수석 졸업의 비결을 털어놨다.
“공부를 위해 낚시 축구 골프 등 취미 생활을 모두 끊었고, 학기 중엔 사적인 약속도 전혀 잡지 않았다”는 그는 “입학 때부터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매년 방학마다 열심히 계절학기를 들었다. 조기 졸업을 위해 공을 들였지만 이렇게 수석까지 차지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 1교시 “최악의 학점 ‘B+’ 맞고 억울해서 잠을 못 잤다”
정재환은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게 돼 성균관대 내에서 ‘축지법’ 학생으로 불린다.
성적표를 통틀어 최악의 학점은 세 과목에서 받은 B+. 나머지는 끝없는 A의 행진이다. “1년에 한번씩 B+를 받았는데 1학년 때는 너무 억울해서 잠이 안 오더라. 결국 성적 이의 신청까지 했지만 상대 평가라 교수님이 받아들여주시지 않았다. 허허.”
수업 시간엔 졸더라도 맨 앞 자리에서 교수의 침을 맞으며 졸았고, 결석도 3년간 딱 두 번 했다.
“작년 한글날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세종대왕 헌정 음악회 MC를 보느라 한 번, SBS TV <도전 1000곡> 첫 녹화 때 한번 결석했다.”
간혹 지방 출장과 리포트 제출 마감 시간이 겹칠 때는 PC방에서 보고서를 헐레벌떡 전송하기도 했다.
출석률과 수업 태도가 좋다 보니 시험 기간 때마다 ‘족보’라 불린 그의 필기 노트는 다른 학생들에게 대여 1순위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시험 기간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 주로 일산 집에서 고교생 아들(성민)과 함께 공부했다.
▲ 2교시 “미팅이나 소개팅 한번 못해본 게 아쉽다”
“숫자에 약한 대신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한다. 시험 공부는 저절로 이해될 때까지 무조건 되풀이해서 교재를 읽는 방법을 썼다. 정독만이 살길이었다.”
가장 난코스였다는 <서양 현대사> 과목은 500쪽 분량의 책 두 권을 세 차례 반복해서 읽을 때쯤에야 ‘감’이 왔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험 문제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아는 대로 쓰시오’ 였다. ‘오픈 북’이었지만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단 한 줄도 못 쓰는 문제였다.”
매 학기마다 받은 장학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 두 명을 위해 전액 반납, ‘토스’ 했다.
“활동했던 동아리인 한글문화연대 모꼬지(MT)는 세 번 간 적 있지만 미팅이나 소개팅은 한번도 못했다. 도서관에 자리잡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누군가가 ‘열심히 하세요’란 격려 쪽지와 함께 음료수를 갖다 놓곤 하더라. 그때마다 ‘파이팅’을 외쳤다.”
▲ 3교시 “방송과 더불어 대학 강단에 서는 게 꿈이다”
“방송은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94년 SBS <대한민국 황대장>을 끝으로 쉬었던 개그 프로그램에도 다시 출연하고 싶다.”
그는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할 예정이다. 식민지 시대 조선어 말살정책 등에 특히 관심이 많다. 학부 논문 제목도 ‘조선어학회 사건 발생의 필연성에 관한 고찰’이었다.
“대학원에선 과목이나 수업일수 부담이 줄지만 한편으론 학문의 깊이가 깊어져 이제부터 고생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친 김에 박사 학위까지 도전해 대학 강단에 서는 게 꿈이다.”
정재환은 캠퍼스 생활을 ‘천국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없으면 진짜 천국이 따로 없다.”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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