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셔요?... 우리 집 앞마당에는 눈이 많이 쌓여 아이들이 눈싸움에 한창입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읍니다... 진주에도 지금쯤 눈이 수북히 쌓였겠지요. 그리고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와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도 많겠지요... 선생님 그럼 몸 건강하시길 바라며 이만 연필을 놓겠습니다... 1969년 1월 10일 XXX 올림.”
“선생님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방학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한강다리가 여름철의 장마 때문에 무너져서 큰 피해를 입고 한강다리가 끊어진 결과 바쁘게 돌아다니는 차가 한참동안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계신 진주는 어떠하였는지요... 저는 집에서 공부하고 또는 놀고 소설을 읽는 등 여러 가지로 방학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읍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십시오. 1969년 8월 3일 XXX 올림.”
서울 금양초등학교 55회 졸업생인 한 한인이 4학년 담임선생에게 보냈던 편지들이다. 이 한인은 이 두 편의 편지를 34년만에 담임선생으로부터 돌려 받고 놀랐다. 자신이 썼다는 사실도 감감하고 다시 되돌려 받을 것이란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LA 금양초등교 55회 졸업생들이 십시일반으로 졸업 32년만에 한국의 은사 내외 4명을 지난주 1주일 일정으로 초청했고 한 은사가 자신이 받았던 학생들의 편지를 기념으로 되돌려 준 것이다. 이 은사는 “이사를 여러 번 다녔지만 소중한 학생들의 편지는 언젠가 만나면 주려고 수십년 동안 간직해왔다”며 기뻐했다.
편지는 코팅이 돼 원본상태가 양호했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편지가 스승과 제자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셈이다. 편지를 받은 제자들은 “가보로 삼겠다”며 감회에 젖었다. 은사들은 “제자들이 미국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본국낙도어린이후원회는 전라도 신안군의 여러 섬에 사는 어린이 27명을 선발해 LA에서 ‘섬 어린이 미주동요잔치’를 열고 디즈니랜드와 그랜드 캐년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남가주충청향우회는 충청남북도 난치병 어린이 60여명의 치료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LA 횡성사람들의 모임’은 강원도 횡성군 어린이 18명을 초청해 관광, 노숙자 봉사, 미국문화와 사회 체험의 기회를 주었다.
힘든 이민생활 속에서 소담스레 핀 이야기들이다. 정을 돈독히 한다는 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본국에서 반미정서와 더불어 미주 한인들까지 삐딱하게 보는 시각이 없지 않은 터라 이 같은 ‘작은 교류’의 의미가 새롭기만 하다. 본국과의 민간교류 활성화를 미주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삼으면 어떨까.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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