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촛불시위와 반미시위를 지켜보는 한인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연일 주요 언론에서 반미시위와 북한 핵 문제가 거론되면서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시선이 싸늘해지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OCHA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한국계 지상사 관계자들이 반미시위로 인한 불이익과 불편함을 호소했다. 네일 등 한인 자영업계에서도 미국인 고객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미시위를 중지하라고 호소하는 한인단체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반미시위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시위의 의도가 불순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번 일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인사회에서도 이 시위를 ‘일부 불순분자에 의해 명분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시각과 ‘순수한 반전 평화 촛불시위를 반미감정으로 확대해석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그러나 무조건 한국내 반미시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시각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위란 사회 또는 집단의 의견을 표출하는 대중적인 방법이다. 이번 시위는 여중생 사망사고로 촉발됐지만 오랜동안 양국간 불평등한 상황에 대한 자존심을 되찾자는 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미주 한인들도 대부분 SOFA 자체가 불평등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내 시위는 반미시위라기보다는 한미관계가 대등하도록 하자는 민족적인 자존심 차원이며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미국 나가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다.
반미 시위가 일어나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반미시위란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사안이다. 유럽에서는 연일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으며 반미 감정도 팽배해 있다.
분단과 대치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만으로 무조건 반미시위를 막는 것은 구시대 발상이다.’보수’라고 공인하는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도 선거 당시 시위에 참가해 SOFA 개정에 서명했었다.
게리 애커만 연방하원의원은 최근 한국내 반미시위에 대해 "고의는 아니지만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사건에 대해 미국정부가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며 "이로 인한 한국내 반미시위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한인들이 나서서 한국내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한인사회가 왜 한국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 미국인들에게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아닌가.
김주찬 <취재부 차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