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발이 돼 드립니다”
세탁소 운영하다 ‘서민의 길잡이’ 변신
노인들 “한국사람이유?” 들을 땐 ‘뿌듯’
한인타운을 비롯해 LA카운티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MTA에는 한인 버스 기사가 통틀어 10여 명 남짓에 불과하다. LA를 거미줄 처럼 연결해 시민들의 발이 돼주는 MTA의 한인 기사들은 특히 한인 노인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길잡이로 인식된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노인들에게 운전 기사가 한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기만 하다.
한인타운 벌몬가를 운행하는 754번 버스 운전기사 더글라스 박(46)씨를 만났다.
박씨가 버스 운전대를 잡은 건 벌써 15년 전의 일.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26년 전 미국에 이민 온 그는 처음엔 부인과 세탁소를 운영했다.
사람마다 천직이 있다고 했던가? 부업 삼아 파트타임 버스기사로 일을 시작한 박씨는 그만 버스 운전에 매료돼 세탁소 운영을 그만 두고 지금까지 15년 간 MTA 버스 기사로 일해왔다. 10년 무사고, 10년 개근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박씨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른 시각인 오전 5시50분 버스 시동을 켜고 오전 8시 30분까지 754번 노선을 운행한다. 그리고는 2시간을 휴식한 뒤 오후 6시까지 다시 LA 남쪽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108번 노선에 투입된다.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대략 250마일 정도.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할 만한 직업’ 이라고 박씨는 말한다.
직업병이 생길 만도 하지만 “직업병은 없다”고 박씨는 잘라 말한다. 짬이 날 때마다 조깅으로 몸을 단련하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운전대를 잡아왔으니, 에피소드도 꽤 많을 듯 하다.
한번은 간질병 환자가 버스 안에서 발작을 일으켜 앰뷸런스를 불러주기도 했고 버스 안에서 고등학생들이 학교간 세력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싸움을 말리느라 애를 태웠던 적도 있다. 간혹 버스 안에 어린아이를 남겨둔 채 무정하게 혼자 내려버리는 건망증 부모 탓에 미아를 보호했던 때도 있었다. 일을 하다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박씨는 시민의 발이 된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한편 그는 텍사스 미 공군기지에서 3년간 군복무한 이래로 지금까지 18년 째 예비군으로 복무중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함께 군부대에 자주 드나들었던 영향 탓일까. 그의 아들과 딸 모두 사관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을 위해 버스 안에는 6대의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고 버스기사는 경찰과 버스 중앙통제센터에 무선교신을 하기 때문에 승객들의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강조한 박씨는 한인타운을 지날 때 한인 노인들이 버스에 오르며 “한국사람이유?”하고 반가이 말을 건네올 때 흐뭇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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