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중국 산동성 옌타이 항구에서 80여명의 탈북자들을 태워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향하려던 계획이 마지막 순간 중국공안당국의 급습으로 가담자 대부분이 체포되면서 좌절됐다.
이 계획은 미국과 유럽의 7개 비정부기구(NGO)와 탈북자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데 주력해 온 독일인 의사 로베르트 폴루첸 박사 등이 참여해 1년 가까이 준비했던 것이어서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때 미본토를 목적지로 논의하기도 했던 ‘보트피플’ 계획은 원래 지난해 말 감행할 예정이었고 본보를 비롯 세계 주요 언론들은 보안속에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며 한국에서 50톤급 선박이 공해상으로 이들과 조우하는 즉시 보낼 ‘탈출성공’이란 메시지가 날라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궂은 날씨와 한국의 대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낭보는 비보로 바뀌어 버렸다.
‘보트피플’이란 극단적인 방법은 수년전부터 NGO그룹과 한국 및 미국의 한인 탈북자 지원단체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논의돼 왔으며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중국 공안당국의 지린성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으로 탈북자 지원조직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대안마련이 절실해진데다 한국정부의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고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시키는데 과거 ‘베트남 난민’의 앞에 수식어로 붙어 다니던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가장 큰 근본이유는 자유를 찾으려는 탈북자들의 수가 너무 많고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이 너무 심각해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기 위함이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계획을 추진했던 관계자들은 사전에 탈출계획이 누군가에 의해 노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부터 개입했던 조선족 인사의 고의적인 누설에서부터 한국정부의 개입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내 탈북자들의 엑소더스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지 선교사들을 통한 제3국 탈출, 외국공관 진입에 이어 보트피플까지 이어진 현 상황에서 다음 방안은 더욱 파격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한 NGO관계자가 보트피플 실패직후 “아직도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며 중국내에서 숨어 지내는 탈북자가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르며 이들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어째든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번 일로 탈북자 문제는 또다시 국제적인 주목을 끌었다.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나머지 절반의 성공을 달성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황 성 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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