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의 한 한인업체가 한국의 대형 공사를 수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인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라 신선한 데다 공사 규모도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연락을 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뉴스가치가 없을 것 같은데…”등의 완곡한 표현으로 정중하게 거절했다. 알짜업체라는 판단 때문에 여러 번에 걸쳐 설득, 취재를 했다.
그런데 웬걸, 기사마감일 아침 황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업체측은 “어제 시행사측과 의논한 결과 ‘아직 중요한 절차가 남아있어 기사화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분간 신문에 싣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시행사를 이야기했지만 기사화가 부담스러운 속마음이 읽혀졌다. 취재 중에도 “아직 밟아야 할 단계가 남아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알려지면 경쟁업체들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고…”라는 뉘앙스를 전했었다. 결국 취재원의 간곡한 뜻대로 ‘후일’을 기약하며 이야기는 아직 활자화되지 못한 상태다.
한인업체들을 취재하다 보면 종종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는 데도 신문에 보도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나 같은 사람이 무슨…”이라는 겸손함의 발로인 경우도 있지만 간혹 기사가 나간 후 비즈니스 지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한 업체 프로젝트가 너무 일찍 뉴스를 탄 후 경쟁업체가 치고 나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주 등이 걸려있는 경우 한 업체가 오랜 기간 공들인 계획이 기사화 된 후 ‘무임승차’를 노리는 얌체업체들이 속된 말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는 것도 알려진 이야기다.
한 두 번 좋지 않은 ‘경험’을 통해 갖게된 피해의식이라고 하지만 한인업체들의 이같은 ‘쉬쉬’하 는 태도는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왠지 뒤쳐진 느낌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미국과 한국,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지금 미디어를 통한 뉴스화는 홍보수단은 물론 공개된 검증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언급됐던 한인업체처럼 건실한 기업이라면 ‘보안’을 유지하는 것 못지 않게 “이렇게 알찬 성장을 이룩했다”고 떳떳이 알리는 일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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