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지역 최초의 멕시칸타운 형성지인 26가 인근 리틀빌리지에는 오늘도 멕시칸 음악이 ‘쿵쿵짝짝’ 신명나게 흘러나오지만 관객없는 썰렁한 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의 콘서트장을 연상케 할 만큼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이런 한가한 26가 거리의 모습은 한인들이 입주상인의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디스카운트 몰’과 주변 한인상가의 전체적인 매상이 예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 현황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26가와 호만길 주변에 위치한 의류, 신발, 잡화상등을 비롯한 한인업소들과 세 블락 떨어진 곳에 위치한 8만5천 스퀘어피트의 대형 디스카운트 몰 내부의 한인업소들은 90년대에는 상당수 한인업주들이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고 전할만큼 호황을 누렸었다. 중남미국가 출신의 히스패닉계 고객이 대부분(멕시칸이 주류)을 차지하고 있는 이 지역은 수년전부터 과거의 영화는 간데 없고 극심한 불경기로 많은 한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상인들에 따르면 특히 9.11테러이후 계속되는 불경기로 인해 매상이 40-50%나 격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매상 격감은 ▶9.11이후 강화된 출입국 심사로 히스패닉계들의 보따리 장사가 거의 없어지고 ▶불법체류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멕시칸들의 본국방문이 힘들어지면서 덩달아 대량 샤핑이 줄고 있으며 ▶공장지대 직원 감원으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유학생들도 크게 감소하는 등의 요인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디스카운트 몰내에서 ‘밀라노’라는 주얼리 업소를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혜연씨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멕시칸들의 대부분이 과거에 공장에서 근무를 했으나 테러이후 경기가 침체되면서 직원들을 대거 감원시켜 실업자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한 여파가 크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이어 “지난 1년여동안은 겨우 생활만 유지하고 있다. 자녀들의 학자금이라도 몇년전 완불한 것이 천만 다행이다. 이제는 목돈이 없으니 업종전환도 힘들고 그저 소량의 물건을 구입하고 종업원과 고객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6년전부터 몰 내에서 ‘토탈 디스카운트’라는 잡화상을 운영해온 이영숙씨도 “테러이후 예년에 비해 40%정도 매출이 감소했다”고 한숨을 지으며 “작은 규모지만 예전에는 종업원도 2명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아르바이트생이 일주일에 2-3일만 나와 교대하는 형식으로 운영할 정도로 한가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비즈니스가 너무 호황을 이뤄 남편도 이 몰안에 장난감과 모자를 판매하는 업소를 내고 두 개의 업소를 함께 운영했으나 지난 1년간의 극심한 불경기속에서 버틸 수가 없어 지난 10월 남편이 운영하던 업소는 결국 팔았다”며 “요즘은 주택 모기지내기도 빡빡한 현실”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26가와 호만길에 의류,신발업소를 열고있는 신모씨는 “3년전부터 업소를 운영했는데 첫해만 호황을 이룬 후 지속적으로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며 “비자문제 강화로 멕시칸들이 본국 방문 후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지 못해 이 지역 멕시칸 인구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불황의 주원인을 꼽았다. 26가 멕시칸을 주고객으로 신발, 잡화, 의류, 가방 등의 아이템을 취급하는 한인들은 주변 한인상인들끼리 모임을 가지고 틈틈이 대책 회의를 갖기도 하는 등 최악의 불경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대부분 이민 1세인 이들은 한결같이 “이제와서 업종전환을 할 수 있는 상황도 능력도 안되고 그저 고객 관리나 종업원 관리 등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며 서비스를 최대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끝까지 버티는 정도밖에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조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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