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예수전도단 총재 로렌 커닝햄 목사가 올 여름 마약과 폭력, 포르노 등 세속적인 문화의 근원지인 할리웃을 겨냥해 국제예술선교대회를 개최한다.
지난 4일 한인타운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커닝햄 목사는 “과거 유대인이 장악했던 윌셔가의 상권을 한인들이 넘겨받고 있듯이 현재 유대인이 독점하고 있는 할리웃도 놀라운 부흥으로 주목받는 한국 교회들이 복음화를 주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커닝햄 목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수려한 자연경관에 감탄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이처럼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비롯된 한민족의 예술적 재능이 국제예술선교대회를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커닝햄 목사가 역설한 ‘한민족의 예술적 사명’은 전 연세대교수 유동식 박사의 ‘풍류신학’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문화의 정신적 뿌리인 최치원의 ‘풍류도’와 복음사이의 해석학적 접목이 유박사의 풍류신학이다. 유박사는 한국 문화의 저변에 깔린 독특한 민족적 영성이 ‘예술적인 얼’이라며 일본학자인 야나기 무네요시의 말을 인용해 “한민족에겐 인류에 대한 예술적 사명이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은 한데 모여서 노는 걸 좋아하는 민족이다. 모여서 놀다보니 더불어 즐기는 놀이문화가 발달해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의 모임에는 꼭 누군가가 나서서 멋들어지게 한 곡조 뽑는다. 그 옛날에는 선비 한 사람이 붓을 집어들고 사군자를 그리며 시조 한 수 읊어 흥을 돋았고 모든 모임이 한바탕 신명나게 벌어지는 춤판으로 끝이 났다.
이쯤 되면 커닝햄 목사가 준비하는 국제예술선교대회가 풍류의 멋을 즐기는 한 민족의 예술적인 얼을 제대로 한 번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여겨 도전의식을 느낄 만도 한데 국제예술선교대회에 대한 한인 교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담 그 자체다.
한인들이 민족적 예술성을 지녔고 한인 공동체가 할리웃 바로 옆에 형성된 게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말을 들으면 뭐하나 싶을 정도다. 우리 교회 행사가 아니라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참여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남가주 한인교계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행사들에 참석해보니 한인들의 참여도는 항상 무리수였다. 그나마 한가지 확실한 것은 행사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교인수가 많은 대형교회면 인원 동원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미국의 뒷골목 문화를 갖다가 흉내만 낸다고 청소년들을 비난하고, 기독 문화와 세상 문화로 이분해가면서 장황한 설명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이 기회에 한민족의 문화적 주체성을 한번 발휘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하 은 선<특집 2부>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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