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식을 전장에 보내도 의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잘 안되네요. 출병한 한인 병사들을 위해 기도하는 방송을 하면서 자꾸 눈물이 나서 진행이 힘들었습니다."
해병 2사단 제2 공병대대 소속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이유진 상병(22.사진)의 어머니 진춘자씨(워싱턴 기독교방송 아나운서)는 새벽에 일어나면 인터넷으로 이라크전 상황을 점검하는게 습관이 됐다. 바그다드 입성을 앞두고 점점 더 긴박해지는 전황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미군 병사들이 사망했다거나 포로가 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근무하던 아들이“내일 새벽이면 이라크로 떠난다"고 전화하던 날이 지난 2월 5일. 소식을 전해오는 병사들도 간혹 있다는데 유진이는 아무런 연락이 없어 상황이 그러려니 하면서도 내심 속상하다.
“유진이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었어요. 전쟁에 나가면 비겁하게 행동하지 말고 전우를 위해 대신 총알을 맞겠다는 각오로 싸우라고 . 네가 앞장 서라고."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괜한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왔던 어느날 유 상병이 휴가를 왔다. 늦잠도 자고 싶었을 텐데 진씨가 새벽에 방송국에 나가야 된다니까 유 상병은 아무말 없이 일어나 눈길을 헤치고 어머니를 직장까지 데려다 줬다.
겉으로 잘 내색하진 않아도 아버지 이병호(54)씨의 충격도 크다. ‘터프 가이’로 통하는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해병대에 입대할 때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던 이씨였지만 며칠 전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한인병사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렸을 때 끝내 눈물을 쏟았다. 진씨는“남편이 가족이 잠든 밤에 인터넷을 통해 이라크전 소식을 살피며 몰래 눈물 짓는 날이 늘었다"며“전쟁은 절대 안 일어날 것이라고 호언하던 남편이 이제는 금방 끝날 것이라며 근거 없는 장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기도가 많아 큰 힘이 된다"는 진씨는 “병사들이 모래 바람을 뒤집어 쓰고 관처럼 파인 땅속에서 잠을 자는 모습을 TV에서 봤는데 나는 안락한 침대에서 자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다시 눈물지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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