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는 왕성한 작품활동 중이던 지난 96년 중풍으로 쓰러진 후 힘겹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한동안 거동도 불편하고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상태라 취재 차 그를 만나보기란 매우 어려웠었다.건강이 악화됐다는 소문만 들릴 뿐 건강상태에 대한 확인조차 쉽지 않던 상황이라 많은 기자들이 오랫동안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지난 20일 뉴욕의 재팬 소사이어티가 그의 비디오 아트 세계를 보여주는 특별 행사를 마련, 취재 차 그를 만나본 순간, 여전히 예술의 혼을 불태우는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어눌하지만 의사 표현은 할 수 있는 건강한 모습으로 청중 앞에 나타났다.
이날 저녁 휠체어를 타고 비디오 예술가인 부인 시게코 쿠보다씨와 자리를 같이한 그는 주최측이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중풍으로 쓰러진 후 재활치료를 받는 시기에 이르는 현재까지의 삶을 담은 슬라이드를 상영하는 동안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조국을 떠난 지 수십년만인 1984년 한국을 방문, 부모님 산소 앞에서 절하는 자신의 모습이 슬라이드에 나오자 그는 큰소리로 ‘절하는 거야’라고 외쳤고 그를 둘러싼 팬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아 저 사람은 내 친구 누구 누구야’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부인이 옆에서 조금은 불안한 듯 조용히 눈치를 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부인이 함께 고생하며 작업하던 시절을 청중에게 들려주자 옆에서 ‘위대한 여편네야’라고 장난스럽게 응수, 청중을 웃기기도 했다. 이런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켜보며 상상을 초월하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오는 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매니저 말에 따르면 그는 요즘 휠체어에 의지한 채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2005년 경기도 용인시에 세워질 ‘백남준 미술관’에 전시할 신작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대부분 외국인인 관객들의 존경스런 시선과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그는 토론회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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