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작게 하고, 웃음도 소리내지 말고 웃어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으면서 자란 우리들은 크게 소리내어 웃는 일이 쉽지 않다. 내 남편 역시 소리내어 웃는 것을 별로 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 집은 두 노인네가 같이 있으면서도 웃음소리 한번 없이 몇 시간이고 자기 하는 일에만 열중한 채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남편과 옆집의 친구는 밖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잡담을 나눈다. 간간이 옆집 친구의 폭소가 조용한 우리 동네를 떠나갈 정도로 뒤흔들어 놓는다. 그이의 웃음소리는 귀를 기울이고 들으려야 들을 수가 없다. 보나마나 빙긋이 미소만 짓고 있을 게 뻔하다.
웃으면 우리 신체에 좋다는 엔돌핀이 생성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지만 그 이론은 별로 우리를 웃게 만드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주위에서 필요 이상으로 웃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가 쑥스러운 생각이 들고, 웃지 않을 것을 가지고 깔깔대고 웃는 사람들을 보면 어쩐지 멋쩍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소리내어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살아온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요즈음 웃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누군가와 티 없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살지 못하고 있음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동안은 친구의 조언대로 아침마다 일어나자마자 세수하기에 앞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입 양쪽 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 연습을 해보곤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적인 모습의 변형이지 정말 마음속을 즐거운 것으로 바꾸기에는 미약했다.
세상이 웃고 살 일을 제공해 주지 않는다고 침울하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혼자라도 웃지 않으면 숨통이 막힐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내가 소리내어 미친 듯이 웃어댄다고 누가 “저 사람 돌지 않았어?”라고 하지 않을 테니 지나간 날들 중 웃을 수 있었던 일을 하나 하나 기억해 보면서 웃는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장소는 퇴근길의 차 속이다. 운전하면서 혼자 실컷 웃어대는 것이다. 기분이 좋다. 이렇게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희극배우 우피 골드버그처럼 되기는 어렵겠지만 누군가와 같이 웃는 일이 조금씩은 쉬워지게 될 것이다.
늦게나마 주위 사람들과 함께 조그마한 일에라도 웃음을 나누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느끼게 된 것이 퍽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이숙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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