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말 신비하고 신기한 일이 많다. 날마다 같은 방향에서 해가 뜨고 지는 일, 더불어 저녁 노을 저 편으로 각양의 색깔을 자랑하며 사라지는 수많은 빛들, 그리고 먼 달의 힘에 따른 거대한 바닷물의 끌고 당기는 힘들, 좁쌀보다 더 작은 씨앗들이 그 언 땅을 헤치고 나오는 생명의 기운들, 세상의 모든 폭포들이 한결같이 위에서 아래로만 떨어지는 중력의 신비함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어 살점 하나 남김없이 해치우는 곰팡이의 위대한 자정 능력, 그리고 사람이 만든 어떤 동력 장치도 따를 수 없는 심장의 박동들, 그래서 진짜 신기하고 신비한 것은 바로 나와 가장 가까운 일상적 주변에 있고, 그 일상성이 바로 신비함이 아닐까.
인도의 노을은 정말 찬란한 빛을 뿜으며 사라지지 않을 듯 긴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런 일상의 신비함이 더욱 신비하게 느껴지는 그 노을 아래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낭만적이지 아니한가. 머리칼이 어깨까지 찰랑이고, 깊은 눈으로 사라져 가는 노을을 응시하는 그의 나이는 아마도 삼십대 중반 정도, 큰 키에 약간은 말라 보이는 그 사람이 왠지 신비해 보인다. 그래서 나의 참을 수 없는 궁금함이 그의 고요한 순간을 깨뜨리고 말았다.
그는 낮으로는 사르나트(Sarnath) 대탑 근처의 나무 아래 앉아 있고, 저녁으로는 이슬을 피할 수 있는 탑 아래 앉아서 밤을 보낸다. 그는 중국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넘어 파키스탄 국경을 통과해, 북인도를 지나 인도 중부에 속하는 사르나트까지 걸어서 왔다.
또한 허리를 땅에 대고 눕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그 흔한 버스 한번 타지 않고 삼년반 동안 걸어서 여기까지 온 그의 여행이 끝나는 날이 언제일지 그 또한 알지 못한다. 아마도 참 존재에 대한 의문이 풀어지는 날, 그는 다시 걸어서 왔던 길을 돌아가든지, 아니면 그 앉은자리를 떠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견고한 그의 다짐은 마치 붓다가 6년 고행 이후,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 자리를 틀고 앉으며, 자신의 참 근원을 깨닫기 이전에는 그 나무 아래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리라던 굳은 다짐과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거문고 줄을 너무 단단히 조이면 그 줄이 끊어지기 쉽고, 그 줄을 너무 느슨하게 하면 제대로 된 음을 듣기가 어렵지 아니한가 라고.
어느 양변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길은, 양극의 절정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터득할 수 없는 도리일까? 그는 아직도 탑 아래 앉아 붉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을까. 아니면 중도의 거문고를 등에 지고 저 실크로드를 넘어가고 있을까.
이수정/샌프란시스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