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사회에서는 쌀과 돈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부를 상징하는 칭호도 지금은 백만장자니 억만장자니 하지만 전에는 천석꾼 혹은 만석꾼이라고 불렀다. 추수하는 볏섬의 수량이 부의 척도가 되었다.
그랬던 것이 요즈음 한국에서는 쌀과 돈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것 같다. 돈을 북쪽에 보냈다하여 특검이 관련자를 수사 수감하는 등 야단법석이고 국민들도 넘겨준 돈이 원자탄, 미사일 만드는데 사용되어 오늘날 북핵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쌀 문제에 있어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정부각료들이 평양에 가서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당할 것”이라는 위협적인 언사를 들으면서도 쌀을 40만톤이나 주기로 하고 돌아와도 이에 대해서만은 말이 없다. 쌀을 퍼주고 평화를 얻어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은 쌀로는 절대 원자탄을 만들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일까.
탈북자 말에 의하면 쌀은 군대나 당 간부들이 독차지하고 백성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식량기구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수량도 줄일 뿐아니라 쌀 대신 옥수수 등 잡곡으로 바꾸어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국제기구 요원들이 감시할 때는 배급주는 척 하다가 요원들이 철수하면 도로 빼앗아 가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는 나라에서 분배계획서를 건네 받고 확인한다는 조건으로 쌀을 준다하니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쇼에 불과한 것이 분명하다.
보내준 쌀은 군량미가 되어 인민군의 전력을 강화하고 그것으로 얻은 재정으로는 무기를 제조하여 또 다시 “서울이 불바다 운운”하면 그때도 역시 쌀과 비료를 퍼주며 평화를 구걸 할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쌀도 돈이다. 쌀로는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돈은 주어서 안되고 쌀은 주어도 좋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진실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동포를 도와야한다면 다른 길을 모색해 보아야 한다. 잡곡으로 대체하던가, 가공하여 오래 저장을 못하게 하여 주던가. 그보다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여 만주, 몽고, 동남아 등지에서 허기와 불안에 떠는 수많은 불쌍한 우리동포를 살리는데 그 쌀이 쓰여졌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김정철/웨스트코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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