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와서 팔자에도 없는 이 일을 하다니…” 이민 올 때 다짐한 비장한 각오는 까마득하게 잊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말이다.
이민사회에서 자의에 의한 일터를 갖기란 쉽지 않다. 몰라서도 그렇고 알고서도 못했다. 그러나 여기 체면과 처지를 접어 두고 변신한 사례도 있다.
“하시는 일이 마음에 드세요” 이렇게 묻자 “즐겁죠. 즐겁고 말고요. 화학약품에 대해선 도사니 어떤 자국도 척척입니다. 깨끗한 옷을 줄 수 있고 장사도 잘 되니 얼마나 좋습니까.”화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분의 소탈한 대답이다.
이민 1세라면 누구나 크던 작던 변신이란 과정을 한 두 번 겪게 마련이다. 교육수준, 소득수준이 어떻건, 남이 어떻게 보건 자신이 하고싶은 일에 보람을 느끼고 대인관계도 좋고 빚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 일단 이민에 성공한 사례다.
나는 “성공한 이민자인가”를 묻기에 앞서 나는 “행복한 이민자인가”를 먼저 떠 올려볼 일이다. 성공이 곧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에는 성공했지만 처신을 잘못해 한인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거나 가정 관리에 실패해 가정이란 우산에 구멍이 뚫렸다면 이것은 성공한 이민자라고 볼 수 없다. 처신과 가정의 실패를 보상할 성공이 없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는 집안이 가난해 농장 머슴살이를 하며 집단을 쌓아 둔 헛간에서 때로는 빗방울을 맞으며 잠을 잤다. 그의 취미는 그림으로 헛간에 사는 쥐들을 그렸다. 그것이 뒤에 만화 ‘미키 마우스’가 된 것이다.
디즈니는 “헛간 시절은 참으로 행복에 젖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일이 있었고, 먹을 것이 있었고, 잠자리가 있었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주인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디즈니랜드를 만들어 성공했지만 행복은 그곳이 아니고 집단을 쌓아 둔 헛간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성공한 자리에 돈은 지천으로 깔려 있었지만 그가 원하는 행복은 거기에 없었다는 얘기다.
세상에는 갖고 싶은 것을 갖고 행복한 사람도 있지만 갖고 싶은 것을 갖지 않고도 행복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격언으로 이런 말이 있다. ‘가득 채워진 작은 집, 잘 가꾸어진 작은 땅, 뜻대로 해주는 작은 아내, 그것이 내 큰 재산이다.’(A little house well fill’d, a little land well till’d, and a little wife well will’d are great riches.)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자녀를 훌륭히 키우는 비결은 돈을 멀리 하여 돈으로 안 되는 일을 좀더 많이 터득시키는 일이었다. 돈으로 안 되는 일이 많을수록 좋은 세상이요,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을수록 나쁜 세상이기 때문이다.
서울역 앞에서 구걸로 연명했던 어린 시절 ‘따뜻한 옷 입고 학교 가는 학생들이 가장 부러웠다’는 워싱턴주 신호범 상원의원이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8,000가구를 직접 방문하면서 얻은 것은 “성공한 이민자란 행복한 가정을 꾸민 자”란 교훈이었다고 한다.
장익환/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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