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가 요즘 인기다.
바다 속 클라운 피시(광대 물고기)의 ‘엄마 찾아 3만리’가 아닌 ‘아들 찾아 3만리’인 이 만화영화를 냉방 잘된 서늘한 극장에서 두어 시간 푹 빠져서 보고 나오면 귓전에 쟁쟁한 것이 “니모! 니모!”하고 반복해서 부르는 아빠 물고기의 외침이다. 이 목소리가 얼마나 강렬한 지 영화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다.
호주 동북부 연안 산호초 해역에 살던 물고기 부자(父子), 어린 니모가 등교 길에 한눈을 팔다가 스쿠버 다이버에게 붙잡혀 시드니 항구에 있는 치과 수족관에 갇히게 된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아 해파리 숲, 고래 뱃속, 소용돌이 해류를 지나면서 숱한 모험과 파란만장한 역경을 거치게 되는 홀아비 물고기 말린, 그가 아들을 찾아 부르는 이 소리를 며칠째 귀에 간직한 채 남북 이산가족이 53년 만에 만나는 장면을 한국 뉴스에서 보았다.
지난 달 27일부터 이 달 2일까지 1, 2진으로 나뉘어 각 2박3일간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이루어진 제 7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제 너무 오래되어 보고싶던 감정도 화석이 되고 정작 만나고도 너무 변해 서로 몰라보는 남편과 아내, 부모와 형제 자매. 처음 이산가족 행사가 이루어졌을 때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그들과 같이 감격했고 애달프고 서러운 사연들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기가 막히고 화가 나며 “세상 천지에 이렇게 불쌍한 국민이 어디 또 있나 싶어” 종내는 그러한 뉴스를 보고싶지 않게 되고 외면하게 되어 갔으리라.
잠시 꿈처럼 만나고 기약 없이 긴 이별로 들어가는 마지막날, 호호백발 노모의 굵은 주름살에 검버섯 핀 얼굴, 그 옆에서 말없이 늙은 어머니를 자꾸만 쓰다듬고 있는 아들의 손등 역시 쭈글쭈글 늙어있다. 50년 이상 헤어지게 해놓고 그나마 선택받은 사람들만 간헐적으로 만나게 해주면서, 또 이것조차 언제 중지될 지 모른다.
물고기만도 못한 인간들이다. 천륜을 끊어놓고 갈 수 없는 길을 만들어놓은 남북의 정치인들, 그러고도 널리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치를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어떤 경우에도 이산가족의 아픔이 거래의 도구가 될 수는 없다.
물론 ‘니모 이야기’도 인간이 쓰고 만든 영화지만 사라진 아들을 찾아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도 결국 찾아서 품안으로 데리고 오는 물고기 아빠가 더 인간답다. 남북 이산가족의 피맺힌 소리 없는 통곡을 보면서 아빠 물고기의 “니모! 니모!”하는 절규가 자꾸만 오버랩 되었다.
얼마 전 LA 타임스에는 이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화제가 되면서 화장실 배수관이 막혔다는 신고가 폭주했다는 기사가 났다.
아이들이 영화 속 니모 스토리를 따라서 어항 속 관상어를 자유로운 바다로 보내고자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린다는 것. 화장실이 막힌다고 아이를 야단치지 말자. 막힌 화장실은 배관공을 부르면 되지만 정화조로 내려간 관상어는 바다로 가는 게 아니라 곧 죽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예쁘지만 분별력이 모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잘못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이라도 잃어버린 아이가 부모를 찾아가는 길이라면 화장실이 아니라 어딘들 길을 터주지 않으랴. 흰줄 무늬가 있는 오렌지색 몸통에 한쪽 지느러미가 덜 발달되어 생기다 만 니모 인형을 끌어안고 잠든 아이를 보면 어른보다 아이들이 확실히 더욱 맑고 순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병임 /뉴욕지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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