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는 한번 꼭 보고싶은 곳이었다. 글쓰는 사람이 20세기 홀로코스트의 현장을 보고싶어하는 것은 어떤면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현장을 보고 글을 쓰는 것과 안보고 쓰는것은 하늘땅 차이다. 현장은 기록영화 보는것과는 또 다르다.
수사관들도 현장을 자꾸 돌아보면 사건의 실마리를 풀게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은 항상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 취재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선 내가 현지에서 놀란것은 수학여행을 온 독일 고등학교 학생들 이었다. 자기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을 배우기 위해 독일인의 수치스런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고 있었다. 독일인이 저지른 만행을 폴란드인 박물관직원으로 부터 진지하게 설명듣고 있었다. 사죄하기는 커녕 교과서까지 왜곡하여 후손들에게 그릇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인들과는 얼마나 다른가.
독일인이 다시 보였다. 독일에는 악션슈네자이헨이라는 다민족 화합운동 단체가 있는데 이들의 후원으로 전국의 고교생들이 아우슈비츠에 수학여행을 오고 있다.
아우슈비츠는 극한상황속에서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테스트한 가장 비인간적인 실험장 이었다. 인간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이 무엇일까.
굶기는 것이다. 그것은 성욕등 어떤 욕망보다 앞서는 순위라는 것이 아우슈비츠에서 증명 되었다. 수용소의 화제는 먹는것이었다. 그리고 빵을 위해서는 동료에 대한 밀고도 서슴치 않았고 여성들은 몸까지 바쳤다.
수용소 메뉴는 아침에 커피한잔, 점심에는 작업장에서 스프 한그릇, 그리고 저녁에 빵 한조각 이었다. 탈출자가 생기거나 반항기세를 보일때에는 저녁 빵 배급을 중단했는데 수용자들에게는 가장 참기 힘든 벌이었다.
인간에게서 식량을 뺏으면 동물처럼 변한다는 것도 인간스스로 보여 주었다. 나치의 SS보안부대는 빵을 주거나 뺏는것으로 수용자들을 고문 했다.
그런데 이같은 극한상황 속에서도 자신에게 배급된 빵을 앓고있는 동료에게 양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맥시밀리언 콜베 신부처럼 자원해서 다른 사람을 대신해 죽어준 수용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간이 동물과 무엇이 다른가를 증명해 보인 ‘인간만세’의 표본이다.
인간의 시력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어 운명이 180도 달라질수 있다는것도 증명 되었다.
소련군이 아우슈비츠에 진입 했을때 살아남은 사람은 약 7000명 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몸이 약해 행군을 할수 없기 때문에 나치가 다른 수용소로 옮길수 없어 목숨을 건진것이다. 신체건강한 사람들은 도보행군으로 독일까지 갔는데 이들중 많은 사람들이 얼어 죽었다. 수용소에 남아있던 연약자나 환자들은 SS가 집단처형을 준비 했으나 소련군이 예상보다 이틀 앞당겨 진주하는 바람에 모두 살아 남았다.
인생이란 결국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게 꼭 나쁜것만도 아니라는 전화위복의 본보기가 바로 아우슈비츠 생존자 들이다.
수용소에서는 잘때 옆사람이 꿈꾸면 절대 깨우지 않았다. 꿈속에서 가족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악몽을 꾸고 있더라도 눈뜬 현실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그냥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의 150만 대학살은 결국 히틀러의 아리안 민족 우월의식과 유대인 증오 때문 이었다. 어느 한 민족의 우월감이 결과적으로 세기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을 증오할때 생기는 파괴력은 원자탄보다 더 위력이 강하다는것도 증명 되었다. 단순히 밉다는 이유만으로 유대인이 600만명이나 죽어 간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미워한다는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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